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정인이' 양모 1심 무기징역·양부 징역 5년…법원 "살인 맞다"(종합2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79㎝·9.5㎏ 정인이 밟아 췌장 절단…미필적 고의 살인

"양부, 학대 몰랐단 변명만" 법정구속…방청객은 눈물

뉴스1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상복을 입은 한 시민이 정인이 사진을 닦고 있다. 2021.5.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한상희 기자 = 생후 16개월 된 정인양을 입양한 뒤 수차례 학대해 숨지게 한 '양천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 양모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양모 장씨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했다. 양부 안씨에게는 아동학대 혐의가 인정돼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14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관련기관에 10년간의 취업제한도 명했다.

장씨는 상습아동학대, 아동학대, 상습아동유기·방임, 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복부를 발로 강하게 밟는 등 강한 둔력을 가해 췌장 절단, 장간막 파열로 인한 복부 손상으로 피해자를 살해(살인)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장씨는 "골절 등이 발생한 부위를 가격한 사실이 없다"며 상습아동학대 혐의 일부를 부인했다. 그러나 정인양 몸에서 발견된 후두부, 늑골, 좌측 견갑골 골절 등은 위치상 일상생활에서 발생하기 어렵고 대부분 외부의 타격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의 경우 성인과 달리 뼈 조직에 연골 성분이 많아 강한 외력이 가해지지 않는 이상 넘어지거나 부딪쳐서 골절이 발생하기 어려워 '다발성 골절'은 아동학대에 의한 손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특히 장씨는 살인 혐의는 완강히 부인했다. 화가 나 정인양을 잡고 흔들다가 떨어뜨렸고 병원에 후송하는 과정에서 CPR(심폐소생술)을 한 사실이 있을 뿐, 정인양의 복부를 밟는 등 강한 둔력을 가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했다. 정인양이 숨질 수 있다는 인식과 이를 용인하는 의사가 장씨에게 있었다는 판단이다.

정인양은 키 79㎝, 몸무게 9.5㎏인 약 16개월의 여아로,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도망치거나 스스로 방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여기에 장씨의 학대로 이미 다수의 골절상 등을 입었고 사망 며칠 전 췌장과 장간막에 손상을 받은 상태였다. 특히 사망 전날인 지난해 10월12일에는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등 정상적인 건강상태가 아니었다.

뉴스1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모인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1.5.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그런데 장씨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무방비 상태로 누워있던 피해자의 중요한 장기가 모여있는 복부를 발로 강하게 밟았다"며 "적어도 복부를 2회 이상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장씨는 정인양 사망 수일 전에도 복부를 가격해 정인양이 췌장 손상 등을 입은 상태였는데, 다시 복부를 발로 밟았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기들은 대부분 복부에 집중돼 복부에 강한 충격을 반복적으로 가하면 장 파열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즉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장기에 손상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은 일반인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함으로써 장씨가 저지른 참혹한 이 사건 범행들에 대한 상응한 책임을 묻는 한편 장씨에게 자신의 잘못을 철저히 참회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청구는 "장씨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고, 나중에 다시 살인 범죄를 범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기각했다.

안씨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살릴 마지막 기회조차 막아 버렸다"며 양형기준(징역 1년~3년3월)보다 높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지난달 1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장씨에게 사형을, 안씨에게 징역 7년6개월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안씨에게도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관련기관에 10년간의 취업제한을 명했다.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오던 안씨는 법정구속됐다.

안씨는 양손으로 정인양의 양팔을 꽉 잡아 빠르고 강하게 손뼉을 치게 하는 등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장씨와 함께 정인양을 주차장에 홀로 방치하거나 장씨의 학대로 몸이 쇠약해진 정인양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안씨는 재판 과정에서 일부 학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장씨가 아이를 학대한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안씨는 피해자의 상태를 알기 쉬운 지위에 있었는데도 학대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정인양의 사망 전날 어린이집 원장이 정인양의 악화된 건강상태를 설명하고 "정인이를 꼭 병원에 데려가라"고 강하게 당부했는데도 안씨가 거부한 점을 크게 지적했다.

이날 재판장이 무기징역을 선고한다는 주문을 낭독하자 정면을 응시하던 장씨는 눈물을 쏟아내며 흐느꼈고 나란히 앉은 안씨도 굳은 표정으로 깊은숨을 뱉었다. 방청석에서는 눈시울을 붉히는 방청객도 있었다.
parksj@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