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2번 이상 정인이 복부 밟아…사망 충분히 예견"
"양부 납득못할 변명…정인이 마지막 살릴 기회 막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모인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양모 장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남편 안씨에게는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2021.5.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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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박승주 기자,한상희 기자 = 생후 16개월 된 정인양을 입양한 뒤 수차례 학대해 숨지게 한 '양천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과 관련 재판부가 양모, 양부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본인의 몸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정인이의 복부를 밟을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었음을 일반인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며 확정적 고의는 아니더라도 '미필적 고의'는 있다고 봤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14일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모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재판의 가장 큰 쟁점은 양모의 살인에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미필적 고의는 본인의 행위로 인해 범죄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를 한 것을 의미한다.
검찰은 정인이의 사망 원인을 법의학 전문가 등 4곳에 의뢰해 조회했으며 정인이가 '발로 밟는 등의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으로 인해 췌장 파열 등 복부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의 이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정인이의 경우 키 79㎝·몸무게 9.5㎏의 16개월 여야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방어하기 어려운 상태였으며, 장씨의 학대로 이미 다수의 골절상의 입은 상태에 중요 장기가 모인 복부를 발로 강하게 밟은 점은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장씨의 학대로 이미 다수의 골절상 등을 입었고, 사망 수일 전 췌장과 장간막이 손상된 상태였다"며 "사망 전날에는 음식을 거의 섭취하지 못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등 정상적인 건강 상태가 아니었다"라고 했다.
이어 "복부를 1회 밟아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발생하려면 그 사이에 있는 대장이나 소장도 함께 파열돼야 하는데 피해자는 대장이나 소장이 파열되지 않았다"라며 "장씨는 적어도 2회 이상 밟은 것으로 보이며, 생명을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들은 대부분 복부에 집중돼 있어 강한 충격을 반복적으로 가하면 장파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즉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은 일반인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장씨가 정인이의 복부를 밟는 등 강한 둔력을 가한 사실이 없다는 사실 모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씨는 화가 나 정인이를 잡고 흔들다가 떨어뜨렸고, 병원으로 후송하는 과정에 심폐소생술(CPR)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등 쪽에 충격이 가해져 췌장이 절단되려면 척추 뼈가 골절돼야 하지만 피해자의 척추 뼈는 골절되지 않았다"며 "또 소아의 경우 뼈의 탄력성이 좋아 CPR 과정에서 갈비뼈 골절도 생기기 어렵다"라며 살인죄를 인정했다.
이외에도 후두부, 늑골, 좌측 견갑골 골절 등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기 어렵고 대부분 외부 타격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한 외력이 가해지지 않는 이상 넘어지거나 부딪혀 골절이 발생하기 어렵다"라고 봤다. 상습아동학대죄도 인정한 것이다.
양부 안씨의 경우 장씨의 학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왔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납득할 수 없는 변명만을 하고 있다"며 "이미 3회에 걸쳐 아동학대신고가 있었음에도 장씨로부터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피해자를 보살피지 않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사망 전날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이 건강 상태를 설명하며 병원에 데려갈 것을 강하게 당부했음에도 이런 호소를 거부한 점을 비춰보면 정인이를 마지막으로 살릴 기회를 막은 것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살릴 마지막 기회조차 막아버린 점 등을 고려해 보다 엄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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