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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2021년 롯데 자이언츠의 프로세스, ‘허문회 경질’이었다 [MK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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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예고된 결정이었다. 결정은 2021년 5월 11일에 발표됐지만, 사실상 2020년 말에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의 허문회(49) 감독 경질이다. 롯데가 내세우는 주요 ‘프로세스’ 중 하나가 됐다.

롯데는 11일 허문회 감독을 전격 경질하며 래리 서튼(51) 퓨처스 감독을 승격시켰다. 10일까지 롯데는 12승 18패로 최하위(10위)에 처져있다. 다만 1위 삼성 라이온즈(19승 12패)와는 6.5경기 차다. 공동 3위(16승 14패)인 두산 베어스, kt위즈, SSG랜더스와는 3경기 차로 순위 싸움은 해볼만한 상황이다.

더구나 허문회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롯데 지휘봉을 잡았다. 롯데는 2019년 10월 허문회 감독과 계약기간 3년, 총액 10억5000만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2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 아직 1년 넘게 계약기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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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회(왼쪽) 감독이 경질됐다. 오른쪽은 성민규 단장. 사진=MK스포츠DB/롯데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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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롯데와 허문회 감독의 이별은 필연적인 결과였다. 허문회 감독이 부임한 첫해인 지난 시즌부터 허 감독과 성민규(39) 단장의 불화가 공공연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단 둘의 갈등은 봉합된 채로 2021시즌을 맞이했다.

올 시즌도 현장과 프런트의 갈등은 계속되는 모양새였다. 포수 지시완(개명 전 지성준)의 기용 문제가 불거졌다. 지시완은 2019년 성 단장이 영입한 선수인데, 허 감독이 이번 시즌 1군 엔트리에 포함하고도 선발 출전 기회를 적게 부여했고, 결국 지난달 18일 1군에서 말소됐다. 이에 지시완은 단장과 감독 사이 알력 다툼의 상징처럼 떠올랐다.

허문회 감독과 성민규 단장의 갈등은 지난 시즌부터 터져 나왔다. 허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취재진이 묻지도 않았는데 “프런트와 현장은 각자 역할이 다르다”며 날을 세웠다. 1군에서 말소된 선수도 몰랐다며 취재진에게 "알려줘서 고맙다"는 식으로 답변해 논란을 키웠다. 성민규 단장도 만만치 않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올렸다. 올초에는 SNS를 폐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사춘기 소년이 하는 행동과 같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차적으로 허문회 감독의 비상식적인 운영이 이번 경질 사태를 불러온 게 맞다. 허 감독은 지난 1일 부산 홈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3-11로 뒤진 7회 야수 김민수, 배성근을 마운드에 올려, 경기를 포기한다는 ‘수건던지기’ 논란에 휩싸였다. 겉으로는 투수력을 아낀다고 핑계를 댔지만, 구단 내부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구단 쪽에서도 일을 키운 게 맞다. 롯데는 2019년 양상문 감독-이윤원 단장 동반 퇴진 후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 출신 성민규 단장을 선임해 감독 선임 등 팀 재건을 맡겼다.

성 단장은 단장 선임 후 언론에 ‘프로세스’를 강조하면서 달라진 롯데를 기대케 했다. 하지만 허문회 감독 선임은 잘못된 만남으로 끝났다. 한국식 현장 리더십을 강조하는 허 감독과 단장이 중심인 메이저리그식 구단 운영을 지향하는 성 단장은 화합하지 못했다. 오히려 물과 기름 같은 사이가 됐다.

롯데는 이번 감독 경질로 2010년을 마지막으로 팀을 떠난 제리 로이스터 감독 이후 10년 새 6명의 감독이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허문회 감독 이전 재임했던 감독들에게 잔여연봉 지급액만 해도 16억5000만 원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일단 롯데 자이언츠 이석환 대표이사는 성민규 단장 쪽으로 손을 들어준 모양새다. 2021년의 주요 프로세스 중 하나가 된 허문회 감독 경질 후 부산 갈매기가 날아오를지 지켜볼 일이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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