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심한 멍...학대 의심"
"또래에 비해 말라...생후 19개월 몸무게 불과"
경기 안산 중앙역 인근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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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의 학대로 의식 불명에 빠진 2세 입양아를 살핀 전문의가 "멍이 가장 심했던 부위는 엉덩이하고 허벅지 쪽"이라며 "멍이 온몸에 다발성으로 있어 학대를 의심한다"고 소견을 밝혔다.
정태석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10일 TBS라디오 '명랑시사 이승원입니다'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이 아동은 8일 경기 화성시 인근의 한 병원에서 의식 불명 상태로 이 병원에 전원됐다. 병원 측은 아동이 뇌출혈 증세와 함께 얼굴 등 신체 곳곳에 멍이 든 것을 발견해 같은 날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멍자국은 아이의 뺨과 눈 주변, 엉덩이와 허벅지 등 보이는 곳에 집중됐다.
그는 "얼굴 왼쪽에 멍이 심하게 들어 있었고 양쪽 귀하고 목 부위에도 멍이 들어 있었다"며 "멍이 가장 심했던 부위는 엉덩이하고 허벅지 쪽이고, 다발성으로 온몸에 다 있었는데 위치나 양상이 단순히 넘어져서 나는 멍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아의 현재 상태에 대해 "의식이 없는 데다 머리 손상이 커서 뇌 기능이 잘 안 되면 혈압이 떨어지기도 하고 호흡도 불안정해질 수 있어서 위험하다"며 "생명이 위험한 상태"라고 했다.
정 교수는 아동이 실려왔던 당시 상태에 대해 "당시에도 의식이 없었고, 기종격이라고 하는데 가슴 부위에 공기가 차는 증상이 있었다"며 "일반적으로는 아이가 심하게 울 때 폐쪽으로 압력이 올라가면서 생기거나, 가슴에 심한 외상이 있을 때 생길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육상태에 대해서도 "또래에 비해서 굉장히 말랐다"며 "보통 33개월이면 평균적으로 13~14㎏ 나가는데 이 아이는 11㎏ 정도로, 보통 18개월 몸무게에 불과할 정도로 발육 상태가 나빴다"고 했다.
정 교수는 당시 아이의 부모와 관련해 "아이가 다쳐서 의식이 없는 상태에 뇌 손상이 심하다고 설명하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오열하거나 심하면 기절하는 분도 계신데 그런 반응과는 달랐다"며 "일반적인 부모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심각한 외상 환아 10명 중 1, 2명 학대 의심"
국제아동인권센터, 정치하는 엄마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위원회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천아동학대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안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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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병원에 오는 환아 중 학대 피해 아동이 얼마나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이 또래 아이들의 경우 실제로 넘어지거나 다쳐서 올 때가 많긴 하지만 10명 중 1, 2명꼴로 의심되는 사례가 있다"며 "경찰에 신고할 때도 종종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곧바로 신고하는 건 아니고 아동학대 선별 도구로 몇 가지 항목들을 평가한다"며 "어느 정도 점수가 돼서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면 의무적으로 경찰에 신고를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록이 중요하기 때문에 환아의 상태에 대해 사진이라든지 의심될 만한 부위들을 의무기록에 다 입력해 놓는다"며 "나중에 증거 자료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절차를 거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9일 자정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중상해 혐의로 환아의 양부인 30대 남성 A씨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A씨는 경찰에서 학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오전에 자꾸 칭얼거려서 손으로 몇 대 때렸고 이후 아이가 잠들었는데 몇 시간 지나 깨워도 안 일어나길래 병원에 데려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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