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많은 상처를 받아…저희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난해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숨진 쩡이린(曾以琳)씨의 지인들이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가해자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달 1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52)씨의 재판에서 그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해 대만인 유학생이 서울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희생된 사건으로 가해자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가해자의 부인이 최근 대만에 건너가 유족과 합의를 시도했으나 만남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이미 합의 의사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했는데도 피고인 측이 의견을 무시하고 대만에 들어왔다며, 더 큰 상처를 받고 있다는 입장을 한국에 있는 고인의 친구들을 통해 언론에 전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대만 빈과일보 등 언론에 따르면 故 쩡이린(曾以琳)씨의 부모는 피고인 김모(52)씨의 부인이 최근 대만에 들어와 자신들을 찾으려 했다며 “우리는 절대로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 사람이 어떻게 우리 교회에 왔고, 남편이 일하는 곳까지 찾아가 누군가를 만나려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대만 자유시보 등 현지 언론은 김씨의 부인이 대만에 건너와 희생자 유족과 만나길 희망했으나, 거부당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쩡이린(曾以琳)씨의 부모가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보내온 입장문의 일부. 이들은 ‘여러분의 많은 걱정에 감사하다’며 ‘피고인의 가족이 교회와 직장에 무분별하게 반복적으로 연락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격분했다. 쩡씨 지인 측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쩡씨의 부모는 한국에 있는 딸의 지인들을 통해 언론에 전달한 입장문에서도 “우리는 이미 많은 상처를 받았다”며 “그들은 현지 매체들과 연락을 취하며 마치 그들이 이 상황의 피해자인 것처럼 동정을 사려 한다”고 격분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합의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피고인의 부인이나 변호사가 대만에 오려 한다는 소식을 우리 측 변호인을 통해 3주 전쯤 접했다”며 “피고인 측은 우리 의사를 모두 무시한 채 찾아와 상황을 힘들게 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피고인 측이 지속적으로 뉴스 매체들에 연락을 하며, 저희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부디 저희의 사랑하는 딸을 편안히 기억하며 애도할 수 있게 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민수연 판사는 지난달 1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재판에서 그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6일 서울 강남구의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차를 운전하다가 횡단보도 건너던 쩡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는 검찰이 결심공판에서 구형했던 징역 6년보다 더 높은 것으로 이례적인 판결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과거 음주운전으로 2차례 처벌받고도 다시 음주운전을 했다”며 “피해자의 유족과 지인들이 강력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의 차가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점, 피고인이 현지 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피해를 회복하려 노력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김씨는 선고 이튿날(4월15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씨 측이 구체적인 항소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1심에서 혐의를 인정하며 선처를 호소했던 것에 비춰볼 때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보인다.
이 사고는 유족이 청와대에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청원을 올리고, 이를 대만 언론에서도 보도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