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주자들 향해 “간 보지 말고 빨리 나와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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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북을·재선)이 9일 “김대중의 40대 기수론 이후 두번째 정치혁명을, 노무현 돌풍 이후 두번째 한국정치의 대파란을 약속드린다”며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대선 주자로는 첫 출마 선언이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의사당 잔디밭 앞에서 대선 도전을 선언하면서 “우리 정치권은 지난 10년 동안 뻔한 인물들과 낡은 구도에 갇혀 있었다. 낡고 무기력한 정치로 청년 세대가 실망하고 분노하게 만든 책임이 있는 인물과 세력은 새 시대를 이끌 수 없다”며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1971년생, 90학번인 박 의원은 정치권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대표주자다.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거쳤고 20대 국회에서 사립유치원 회계부정 문제를 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박 의원은 대통령 후보로서 산업국가와 민주·복지국가를 넘어선 ‘행복국가’ 구상을 선보였다. “안심과 다행이라는 복지국가의 최소 안전망에 머물지 않고 국민들께서 바라는 것이 이뤄지고, 노력의 대가를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나라가 바로 ‘행복국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싱가포르 ‘테마섹’ 같은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를 만들어 국민들의 효율적인 자산관리와 국민연금 개혁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박 의원은 “국부펀드와 연계해서 국민들이 적금 들 듯이 적립을 하는 연수익 7%의 ‘국민행복적립계좌’를 만들 것”이라며 “복리로 계산할 경우 30년이면 국민들이 원금과 이자를 합쳐 6억원이 조금 안 되는 자산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목표는 강남 부동산값 잡는 일이 아니라 국민 주거 안정이어야 한다”며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주택을 공급하고 청년 전·월세지원 등 주거 약자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앞서 자신의 책에서 공식화한 모병제 전환, 남녀평등복무제 도입도 강조했다. 그는 “더이상 우리 젊은이들이 병역의무 수행을 시간 낭비로 여기지 않도록 복무 기간 동안 군인연금을 적용해 청년들의 사회 진출을 뒷받침하겠다”며 “초라한 국방의무가 되지 않도록 헐값 징집 시대를 종식시키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은 지금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며 당 쇄신도 역설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의 위기는 국민들께서 믿고 맡기셨던 세계 일류 혁신선도 국가로의 도약,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 검찰개혁을 포함한 사회개혁의 추진 등 중요한 시대과제의 좌초를 의미한다”며 “우리들만의 성에 갇혀서는 안 된다. 우리들만의 이야기, 우리들만의 관심이 아니라 국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국민들의 관심거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원들을 향해 “계파를 배경으로 삼거나 누구의 지원을 업고 나서는 상속자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 당원과 더불어, 변방에서 중원으로 스스로 일어서는 창업의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 의원은 출마 선언 뒤 기자들과 만나 “어느 날 어느 때 경선을 치러야 유리할지 주판알을 튕기지 않을 것”이라며 당 일각에서 나오는 대선 경선 연기 여부는 지도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여야 통틀어 가장 먼저 대선 경쟁 링 위에 오른 그는 다른 여야 주자들을 향해 “간 보지 말고 빨리들 나오시라. 언제까지 인기 관리하는 태도로 국민들의 눈을 속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감출 것이냐”며 “깜짝 스타 깜짝 대통령이 되는 순간 대한민국 최대의 위기”라고 말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여권의 군소후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김두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노무현·문재인의 확실한 계승자’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이번 대선 경선을 준비하겠다”며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양승조 충남지사와 이광재 의원이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최문순 강원지사 등도 출마 여부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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