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없는데 119 아닌 본인이 직접 응급실로
얼굴과 목 등에 멍자국...의사가 경찰에 신고
큰 병원 이송, 뇌출혈 수술 후 중환자실 대기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오후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한 시민이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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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신의 딸을 입양한 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대해 숨지게 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두 살 된 딸을 때려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30대 양부가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아동학대 특별수사대는 9일 0시 9분쯤 인천의 한 대형병원에서 입양한 딸을 학대한 혐의(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중상해)로 A씨를 긴급체포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하루 전인 8일 오후 6시쯤 경기 화성시 자신의 집에서 B양을 데리고 인근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B양은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B양을 진료한 의사는 곧바로 학대가 의심돼 경찰에 신고했다. 의식 불명에 빠진 딸을 119구급대도 아닌 본인이 직접 데리고 온 데다, 얼굴과 목 등 신체 곳곳에 멍 자국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병원 측은 B양의 상태가 위중하다고 판단해 인천의 대학병원으로 이송했으며, 현재 수술 후 중환자실에 대기 중이다. A씨는 경찰에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뺨을 한 대 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8월 B양을 입양했으며, 이전까지 학대 관련 신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신고만 없었을 뿐 학대 행위가 추가로 있었을 것으로 판단해 A씨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또 현장에 같이 있던 A씨의 부인 C씨를 상대로 학대에 가담했는지, 학대를 보고도 모른 척했는지(방임) 등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 측에서 신고해 현장에서 면담하던 중 학대 정황을 포착, 양부를 긴급 체포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인이 사건’은 딸을 입양한 양부모가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상습 폭행·학대하고 10월 13일에는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검찰은 양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사형을 구형했으며 1심 판결은 14일 열린다. 검찰은 또 양부에 대해서도 학대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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