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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도, 실리도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된 대선 후보 경선 연기론에 대해 7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가까운 의원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이재명계’의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당헌을 바꿔 원칙을 망가뜨리는 건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다만 이 지사 측은 경선 연기론과 관련해 추가적인 논쟁이나 격렬한 반발은 최대한 삼가겠다는 분위기다. 경선 연기론을 둘러싼 손익 계산이 불분명한데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 진영과의 관계 설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 “9월 아닌 11월에 후보 뽑자” 연기론 본격 거론
경선 연기론을 꺼내든 인사들은 1차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명분으로 삼고 있다. 전날 민주당에서 경선 연기론을 처음으로 공개 제기한 전재수 의원은 “적어도 우리 국민 3000만 명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고 집단면역이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대선 후보 경선을 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11월 집단 면역을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후보 선출 시점도 예정된 9월에서 11월 무렵으로 늦추자는 것이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11월 후보를 선출한다는 점도 경선 연기론의 이유로 꼽힌다. 한 여당 의원은 “9월에 후보를 뽑으면 언론과 야당의 검증 시험대에 먼저 오르는 격이 된다”며 “굳이 우리가 먼저 매를 맞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선거 180일 전 후보를 뽑으면 전국 순회 경선을 통한 ‘컨벤션 효과(대형 정치 이벤트 뒤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가 투표일까지 지속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이 참여하는 야권 단일화 이벤트가 10월, 11월 경 펼쳐지면 우리 후보가 대중의 관심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친문 진영이 앞장서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진짜 이유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등판 문제라고 본다. 현재 뚜렷한 자체 후보가 없는 친문 진영은 6월 경으로 예상되는 김 지사의 대법원 판결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친문 의원은 “김 지사가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을 받아도 6월부터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참전할 수 없다. 그러나 경선이 미뤄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했다. 다만 부산 지역의 친문 핵심인 전 의원은 특정 후보를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 이 지사 측 “논쟁하지 않겠다”
현재 여권 대선 주자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 지사 측은 “예정대로 다음달부터 경선을 시작해야 한다”는 태도다. 정 의원은 이날 TBN 라디오에서 경선 연기론에 대해 “여당을 후보 중심으로 바꾸고 여당 예산, 입법 통해 후보 메시지 공약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기 때문에 적절치 않은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화력을 집결해 경선 연기론에 격한 맞불을 놓는 것은 주저하는 분위기다. 정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가능하면 논쟁하지 말자는 게 이 지사와 가까운 의원들의 생각”이라고 했다. 이 지사 측 핵심 관계자도 “원래 지고 있으면 연장전을 하고 싶은 법”이라면서도 “(경선 연기가) 두 달이 아니고 열 달이라고 해도 (이 지사가 독주하고 있는 지금의) 구도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이 지사가 후보 자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싫든 좋든 친문 진영의 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자제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 지사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회동한 것도 친문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행보다.
또 일부 여권 인사들은 이 지사 측에 “경선 연기가 결코 불리한 것은 아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도권 지역 의원은 “경선이 미뤄졌는데도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좀처럼 반등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 지사가 훨씬 더 수월하게 후보 자리를 따낼 수 있고, 본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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