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절도와 전혀 다른 '아동학대'…'기관 협업 시스템' 구성될까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학대 아동 보호를 위해 기관 간 '협업'을 강조하는 가운데 검사와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의 협업체인 '사건관리회의'가 주목을 받는다. 법무부는 사실상 사문화된 사건관리회의 활성화를 추진하며 관련 체계를 손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건관리회의가 실질적으로 작동되면 검사와 현장 연계가 수월해지는 만큼 학대 사건 모니터링이나 아동 보호의 질도 발전될 것이라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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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아동학대 방지 위해 기관 간 협업 매우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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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용인아동보호전문기관에 방문한 박범계 법무부장관 /사진=법무부 제공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7일 경기용인아동보호기관에서 열린 '검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 협업 사례공유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했다. 박 장관은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법무부·검찰·경찰·지방자치단체·아보전 등 다부처 간 협력 체계가 학대 아동 보호를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전체 약 3만건 아동학대 사례 가운데 형사사건화되는 3분의 1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중요하지만 나머지 사례가 중대범죄로 악화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경찰과 검찰, 아보전,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등이 협업 체계를 구축해 경미한 아동학대 사례에 더 빨리, 잘 개입해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피해 아동을 보호하는 아보전과 가해 부모를 관리하는 보호관찰소, 형사 처분이나 임시 조치 청구 등을 맡은 검사가 원활히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담당 기관끼리의 협업 없이는 아동 보호, 재범 방지, 가정의 회복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각 기관 간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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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관리회의' 실질화…"검사-현장 수평적 소통으로 아동 보호 원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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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협업 체계 중 하나로 법무부가 추진 중인 '사건관리회의' 실질화에 주목한다. 사건관리회의는 '아동학대처벌법 시행령'을 근거로 구성될 수 있다. 시행령은 검사가 회의를 열어 아보전 기관장, 경찰, 아동복지전담공무원, 보호관찰관, 의사, 변호사들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한다.

검사는 아동학대 사건 해결 과정에서 피의자 기소 뿐 아니라 법원에 아동 보호를 위한 임시조치나 보호처분 청구 등을 담당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사건관리회의 구성원들은 아동학대 사건 조사 결과나 관련 자료를 검사에게 제출할 수 있고, 검사는 그 제출을 요구할 수도 있다.

다만 사건관리회의는 사실상 사문화됐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처음 알았다"거나 "일선 검사들 중에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 여러 아동학대 사건이 알려지며 사회적 경각심이 오르자 법무부가 관련 제도 정비의 일환으로 추진하게 된 것이다.

/사진=뉴스1

법무부는 사건관리회의를 검사와 전문가, 일선 활동 인력 간 수평적인 회의 기구로 삼을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사가 쌍방향 소통의 장 내지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뜻으로, 구성원들이 서로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상시적 네트워크 형태로 구성될텐데, 구성원들은 특정 사건을 논할 수도 있고 관할 지역에서 개선돼야 할 문제점을 얘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가 국가 중대사만이 아니라 지방의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미국 지역사회 검사(Community prosecutor)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폭행, 절도 등 단순 형사 사건과 달리 아동학대는 지속적인 모니터링, 추적이 필수"라며 "그런 만큼 각 역할을 하는 검사, 아보전, 경찰, 전담공무원 등이 '원팀'이 돼 분절 없이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 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서 담당하게 될텐데, 기능이 확대되는 셈인 만큼 관련 인력도 늘릴 계획"이라며 "3월부터 대검찰청 형사사법개선TF와 지침 개정 등을 논의 중이다.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기관이나 인력 간 정보 교류가 활성화되면 현장에서 더 적극적인 아동보호나 가정 회복을 위한 활동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장의 정보가 검사에게는 원활하게 가지만 반대 방향으로 정보가 잘 오지 않는다. 정보의 불균형이 있는 것"며 "가해자가 구속됐는지 등 형사 절차나 처분에 따라 현장의 대응 방향도 달라지는 만큼, 원활한 정보 공유를 위한 협의체 실질화는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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