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고성능 고속철도 휠 회사 전략적 인수
기술 노하우 얻고, 시장도 확대 '1석 2조 효과'
세계 전역서 현지기업 인수해 관세 회피 횡행
중국 공장에 관세 매기면 타국에 공장 사들여
중국의 4월 수출이 전년 대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중국 당국이 수출 확대를 위해 해외 기업을 인수해 관세를 회피하는 꼼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중국 장쑤성 양쯔강의 한 항구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전경.[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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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중국 당국이 무역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등의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방안을 꼼수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중국은 인수 초기 수익성은 고려하지 않고 출혈경쟁을 펼쳐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뒤 가격을 올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중국 정부 자금을 지원받아 지구상 어떤 기업보다도 우위에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러한 대표적인 예는 중국 MA스틸이 2014년 인수한 프랑스 고속철도 장비회사 발두네스사다.
이 회사는 중국 기업에 인수되기 전까지 고속철 휠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자사가 보유한 특수 기술에 대한 대가로 프리미엄 가격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중국 기업이 인수하면서 회사 기조는 낙찰을 위해 가격을 거리낌없이 깎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틀어졌다.
이 회사의 전직 임원은 "(중국 기업의 인수 후) 어떤 입찰에서도 탈락하면 절대 안 된다는 지시가 있었다"면서 "그 지시는 매우 분명했다. 그들은 경제 정복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제 중국 기업들에게 고속철도 휠 기술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규제가 엄격한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철도장비 수출을 위한 첨병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WSJ는 중국 기업 MA스틸은 프랑스 회사를 인수해 더 큰 전략적 목표에 활용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풀이했다.
발두네스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MA스틸과 무관하게 당국으로부터 신용을 보증받아 1810만달러 상당을 빌려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10여년간 중국 정부가 수십억달러를 중국 국영기업들에 빌려줘 이들이 해외 기업들을 인수하게끔 도운 결과다.
중국이 이런 식으로 인수한 수많은 해외 기업들은 자동차 타이어나 철도 장비에서부터 광섬유, 철강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저가 정책을 펼치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유럽 기업 연합체인 '비즈니스유럽'의 루이사 산토스 부회장은 "중국 기업들은 몸집을 불리고 있다. 세계 어디든 투자한다"면서 "이는 중국 시장에서 나타난 오류들이 세계 도처로 수출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중국 정부의 이 같은 경제적 해외 팽창을 차단하기 위해 자국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들을 유럽에서 제한할 수 있는 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EU주재 중국대사 장밍은 "유럽의 중국에 대한 태도가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면서 "이는 또한 그동안 해외 투자에 개방적 태도를 보여왔던 유럽의 전통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을 중국 시장경제 수립을 위한 스승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우리의 스승과 유럽의 회사들이 이 문제를 가지고 주저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싶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자국 기업 지원, 간접 지원하는 미국·유럽과 달리 직접 개입=WSJ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도 자국 회사에 세금 감면이나 수출 세제 혜택, 연구개발비 지원 등을 통해 정부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중국과는 다르다면서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을 통해 자국 경제에서 직접 활동하고 해외 사업도 직접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은 지금까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내에서 중국에 대한 무역 관세를 부과해 중국에 대응해왔다. 하지만 이런 대응으로 중국은 오히려 급속히 성장했다.
WTO 규정상 정부가 해외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금으로 해외에서 사업하는 중국 기업들은 해당국 기업들보다 관세가 낮게 책정돼 오히려 혜택을 누렸다.
뿐만 아니라 중국 국고 보조를 받는 중국의 해외기업들은 이윤이 낮거나 적자가 나더라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렇게 함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높이거나 중국 정부의 전략적 목표 달성에만 기여하면 그만이었다.
미 의회 미·중 경제안보평가위원회의 마이클 베슬은 "중국은 시장경제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성은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보고 있는 시장경제가 허용할 만한 것인지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EU는 지원 국가가 민간 경제에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하고 있다.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에게 공정한 환경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 내 중국기업들은 그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불공정해 중국 당국의 기업 지원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서구 국가들이 중국의 경제 발전을 방해하기 위해 이런 행보를 보인다고 반박하는 형국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중국 당국은 유럽에 있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지원금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또한 지난 12월 중국과 EU가 체결한 투자합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라고 중국 측은 주장한다.
하지만 EU는 투자 합의와 무관하게 외국 정부의 투자 제한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1월 태국, 한국, 베트남산 타이어에 대한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이 이 3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해 중국산 타이어 관세를 회피하려 했기 때문이다.
중국 투자자들이 태국 타이어 공장에 투자해 태국은 세계 최대 타이어 수출국으로 거듭났다. 중국 회사들은 이런 식으로 관세를 피하기 위해 알제리, 세르비아 등에도 타이어 공장을 짓고 있다.
EU는 지난해 중국 광섬유 제조업체의 이집트 공장에 관세를 부과했다. EU 측은 이집트 소재 중국기업들이 중국 국영은행으로부터 수십억달러를 지원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중국 기업 측은 이 문제를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
또 EU는 2월 중국 측 지원금으로 인도네시아에 설립된 스테인리스강 제조시설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중국 국영 철도장비회사 CRRC는 미국에 공장 2개를 지었고, 이 공장은 중국 정부 지원으로 공공 교통기관의 최소 구매액수를 채워 미국에서 가동할 수 있게 됐다.
CRRC는 입찰에서 경쟁사의 20% 가량 낮은 금액을 써내 보스턴, 시카고, LA, 필라델피아 등에서 장비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미 의회는 2019년 중국 기업이 만든 철도차량이나 버스를 미 정부기관이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CRCC는 2년간 새 계약을 위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법 적용 유예 지위를 얻었다.
이는 CRCC가 공장을 설립한 메사추세츠주 지역구의 민주당 하원의원인 리차드 닐 등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닐 의원은 해당 기업의 유예기간 적용을 무한히 연장하길 원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 외국기업 인수해 각종 관세 회피=CRCC의 미국 자회사 법률 고문을 맡고 있는 마리나 포포빅은 "이 회사는 미국 여객용 철도차량 시장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MA스틸이 프랑스 발두네스를 1300만유로에 인수하던 당시 이 회사는 자금 문제에 빠져 있었다. MA스틸은 업계에서 유명한 이 회사 인수를 해외매출 확대 방안이자 고속열차용 휠 제조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
결국 MA스틸에 인수된 이 회사는 중국은행 등 중국 국영은행으로부터 1~2%의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받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MA스틸은 인수 1년 이후 회사 간부들에게 비용은 개의치 말고 무조건 물량을 수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략을 견지하면서 이 회사 손실은 급속도로 불어났지만, 당시 MA스틸의 의중은 시장 점유율을 장악한 뒤 가격을 올리면 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MA스틸 간부는 "불모지는 없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 농민만 있을 뿐"이라는 중국 속담을 즐겨 사용했다고 한다.
발두네스는 저가에 자사 휠을 호주 광산 측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발두네스와 MA스틸의 호주 수출물량이 급증하자 호주는 두 회사에 반독점 과세를 부과했다.
이와 동시에 MA스틸의 손실이 불어나자 회사 이사진은 발두네스에 추가로 7000만유로 지원을 승인했다.
MA스틸은 당시 "발두네스는 유럽시장과 해외시장으로 뚫고 들어가기 위한 브릿지"라고 밝혔다.
MA스틸은 발두네스를 활용, 유럽 내 고속열차 휠 구매 시장을 분석했고, 중국의 고속열차 휠 수출은 발두네스 인수 이후 4배로 뛰었다.
발두네스 엔지니어들은 중국 내 고속열차 휠 공장으로 보내져 기술 노하우를 전수하기에 이르렀다. MA스틸이 만든 기차용 휠에 비해 발두네스의 고성능 휠은 훨씬 정밀한 공정이 요구됐다.
중국의 방대한 고속철도 노선에서는 여전히 유럽산 철도 장비들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 국영 철도회사인 도이치반은 MA스틸의 중국산 고속철도용 휠을 테스트 중이다. MA스틸은 중국산 휠을 발두네스가 마감하고 포장하는 량을 점차 늘리고 있다.
2019년까지 발두네스에 몸담았던 전직 CEO는 "두려운 점은 점차 프랑스산 물량이 줄다가 아예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라면서 "하지만 일부 제품들을 프랑스 외에서 생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2019년 말 MA스틸은 중국 최대 철강회사이자 중국 정부 소유인 차이나바오우에 합병됐다. 새 경영진이 들어선 뒤에도 MA스틸은 발두네스를 글로벌 수출 확산의 첨병으로 여기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딩위 MA스틸 회장은 "바이든 미 행정부는 철도운송 발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우리에게는 큰 기회"라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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