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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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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 달 맞이한 오세훈...'속도전'보다 '공공성'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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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집값 급등 부담에 '경고 사인' 먼저...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진짜 공공성' 적극 독려]

"일주일이면 (주택) 규제를 풀 수 있다." 선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 발언은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들의 기대감을 끌어 올렸다. 취임 후 재건축 절차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기대감에 집값이 들썩이자 오 시장은 한달 새 두 번이나 시장에 '경고' 사인을 보냈다. '속도전'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속도 조절'이다.

오 시장은 특히 재건축 단지들에 '공공성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투기가 확인된 재건축 단지엔 불이익, 공공기여를 높인 단지엔 인센티브'라는 확실한 원칙을 시장에 던졌다.


'신속'보다 '신중'한 재건축 접근...자발적 공공기여 단지에 '초스피드 재건축'

6일 서울시와 송파구, 강남구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주요 재건축 단지로 손꼽히는 잠실주공 5단지와 은마아파트의 정비계획안 수권 소위원회 상정 요청에 대해 "내용을 보강하라"며 사실상 반려했다. 전임 시장 시절 막혀있던 재건축 규제가 풀리고, 오 시장 취임 후 재건축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단지들이다. 하지만 시는 최근 집값 상승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주민의견 수렴, 공공성 강화 등을 앞세워 한 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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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온라인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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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이 '신중하고 신속한 재건축'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신중'에 더욱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 시장은 앞서 취임 후 2주만인 지난달 21일 재건축 단지의 집값 과열 방지를 위해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 대표적인 재건축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일주일 여 후인 29일에도 부동산시장 안정화 방안 긴급브리핑을 열어 시장에 '경고'를 이어갔다.

오 시장은 부정한 방법으로 집값을 끌어올리는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기부채납, 소셜믹스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단지에는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강조했다. 재건축 초기 단계인 지구단위계획에서부터 적극적으로 공공기여 방안을 제시하면 이어 진행되는 정비계획 단계, 건축심의 단계에서도 '초스피드 재건축'이라는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최근 공개된 잠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지구단위계획안에도 단지를 관통하는 공공보행로 조성과 개방형 커뮤니티시설 배치, 청년·노인 등을 위한 1~2인 가구 공급 등 공공성을 강조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오 시장은 기존 조합원들은 물론 임대주택 입주자,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모두가 위화감없이 만족할만한 환경에서 거주하는 '진짜 공공성' 확보에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주고받기식의 행정력으로 강제하는 공공 기여가 아닌 입주민들이 나서서 진짜 사회적 기여를 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주택공급은 물론 지역사회 공공성도 극대화하는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기 위한 고심이 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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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 개장한 사람숲길을 걷고 있다. 서울시는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서울역까지 1.55㎞ 구간의 차로를 줄이고 보행로 폭을 최대 12m까지 넓혀 세종대로 사람숲길을 조성을 완료했다. 2021.5.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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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세주택 '시프트' 연구, 개선 지시..."창의적 공공 기여 이끌어 낼 수도"

오 시장은 자신이 이전 재임시절 무주택 중산층의 주거난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제도인 장기전세주택 제도 '시프트'를 연구,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서울시 주택건축본부는 오 시장 지시에 따라 시프트 추가 공급 방안을 세우고 있다.

전용면적 60~85㎡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오 시장이 재임한 2007년부터 5년 동안 1만8780세대가 공급됐지만,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인 8년 동안은 1만4187세대 공급에 그쳤다.

시프트는 저소득층 위주였던 기존 임대주택 제도에서 탈피해 중산층까지 실질적으로 주택이 필요한 계층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제도로 주목받았다. 반면 월세가 아닌 보증금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보증금이 회계상 부채로 잡혀 적자폭이 커지며 중산층까지 지원해야 하느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같은 지적을 점검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안정을 주문하면서도 공공성 강화를 독려하는 오 시장의 최근 행보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일각에서는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오 시장이 취임 이후 집값 안정에 대한 막대한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공약과는 다르게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묶고, 공공기여를 강조하는 것은 의외의 행보로 보이지만 오 시장 입장에서도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지금까지 강남지역 등 다수 단지들이 임대주택을 섞어 넣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고, 행정적으로 강제해 넣더라도 계층간 격차가 드러나 진정한 의미의 '소셜믹스'라고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입주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진짜 공공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내놓으라고 주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에서 창의적인 공공기여 방안을 내놓을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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