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검사키트·부동산 분야서 존재감 각인
무상급식·광화문광장에서 야당 입장 반영
정제되지 않은 계획에… 정책노선 수정도
오세훈(왼쪽) 서울시장이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람숲길에서 구매한 꽃을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선물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독선적이란 평가와 함께 씁쓸히 퇴장해야 했던 10년 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는 8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첫날부터 능숙하게’란 슬로건을 내건 만큼 현안마다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선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방역과 부동산 등 광폭행보로 이슈 선점에 성공했지만, 섣부른 발표와 호언장담으로 혼선을 키웠다는 비판도 받았다.
오 시장이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첫 작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자가검사키트였다. 취임 일주일도 안 된 지난달 12일 기자설명회에 나선 그는 방역당국 지침을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규제방역”이라고 비판한 뒤, 업종별 특성을 감안해 영업제한시간을 달리하는 ‘서울형 상생방역’을 대안으로 내놨다. 그러면서 미국·영국·독일에서 널리 사용 중인 자가검사키트를 방역 보조수단으로 제시했다.
서울과 맞닿은 경기·인천은 곧장 ‘민폐방역’이라고 반발했다. 전문가들도 자가검사키트 결과의 부정확성을 이유로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으나 진보 성향의 서울시교육감은 물론, 충북도 역시 자가검사키트 시범도입 의사를 밝히면서 연착륙 계기를 마련했단 평가를 받았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공시가격 인상률 동결, 재산세 감면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오 시장은 제주도 및 서울 서초구와 함께 공동주택 공시가격 재조사를 주장했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지가는 14년 만에 가장 큰 폭인 19.08% 뛰었으나, 정부는 현재 시세의 70% 안팎인 공시지가를 2030년까지 90%까지 끌어올리겠단 방침이다.
정부·여당과 강대강 대결만 한 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다수인 시의회를 찾아 “도와 달라”고 부탁했고, 유치원 무상급식도 전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서울시가 빠른 시일 내에 화답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무상급식에 부정적이었던 2011년과는 정반대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7일엔 예상과 달리 전임 시장의 역점사업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보완·발전시키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광장이 공사장이 되는 비합리적이고 소모적인 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 그의 결정을 두고 합리적 판단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게 두 번이나 공개 사과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발표한 것도 서울시장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일부 정제되지 않은 구상·계획을 발표한 뒤 잇따라 정책노선을 수정한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작은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의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하면 서울시장으로서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의욕적으로 내세운 자가검사키트 도입만 해도 최초엔 노래연습장에 시범 적용하겠다고 언급했다가 비판이 거세지자 학교·종교시설로 대상을 바꿨다.
‘스피드 주택공급’을 제1공약으로 내건 오 시장은 후보 시절 “일주일 안에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했으나, 취임 후엔 오히려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등 규제책을 꺼내들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용적률 완화 등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려면 시의회 동의를 얻어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걸 몰랐을 리 없다”며 “내부 시스템에 대한 고려 없이 의지만 드러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