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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한인 관광객 살해범에 징역 15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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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한인 관광객 살해범에 징역 15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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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태양의 섬 여행 중 숨진 채 발견…피고 측 항소 방침



볼리비아 코파카바나 태양의 섬. 볼리비아 관광청 홈페이지 갈무리.

볼리비아 코파카바나 태양의 섬. 볼리비아 관광청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2018년 1월 볼리비아 코파카바나 태양의 섬을 여행하다 피살된 한인 여성 살해 혐의로 기소된 현지 부족장이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건이 발생한 지 약 3년 반 만이다.

5일 현지 소식통 및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볼리비아 라파스 코파카바나 지방법원은 지난달 26일 한국 여성 A씨(39) '살해' 혐의로 기소된 로헤르 초케 멘도사(38)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 절차는 같은 달 29일 판결문 낭독을 끝으로 종결됐다.

A씨는 2018년 1월 11일 태양의 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볼리비아 주요 일간지 엘데베르(El Deber)는 2018년 1월 12일자 보도에서 코파카바나 '태양의 섬' 내에서 홀로 여행하던 한인 여성 A씨가 전날 오후 참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확인된 행적은 1월 9일 숙소 체크인 기록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사건은 1년간 미궁에 빠지는 듯했지만 인근 주민 증언을 바탕으로 내사를 벌여온 볼리비아 경찰이 2019년 5월 1일 로헤르 초케를 체포하면서 해결에 급물살을 탔다. 초케가 부족장인 만큼 부족들의 저항으로 체포가 쉽지 않았고 수사 방해와 도주 우려가 있었던 탓에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로헤르 초케는 태양의 섬 현지 부족인 차야(Challa)족 부족장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처음 A씨 사건을 인지하게 된 것도 A씨 실종 이틀 뒤 차야족 부족원들이 육안상으로도 폭력 피해 흔적이 명백한 여성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알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초기 수사 과정에서 현장을 찾은 A씨 유족에게 초케는 위로를 전하며 범인 색출을 돕겠다는 말을 하는 등 태연히 행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로헤르 초케의 체포 소식을 전한 볼리비아 현지 일간 엘 데베르 2019년 5월 3일자 온라인 보도 화면 갈무리.

로헤르 초케의 체포 소식을 전한 볼리비아 현지 일간 엘 데베르 2019년 5월 3일자 온라인 보도 화면 갈무리.


초케의 기소 과정에서 볼리비아 국과수 격인 법의학연구소(IDIF)가 A씨의 시신을 부검했다. 부검 결과 A씨의 직접적 사인은 목 부위 치명적 창상에 의한 저혈성 쇼크로, A씨 몸에선 11곳의 창상과 자상 및 성폭행 흔적이 발견됐다. 이를 토대로 초케의 유전자 검사가 이뤄졌지만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와 한때 수사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검찰은 1년간의 예심절차 기간 추가 증거들을 확보한 끝에 '여성 살해' 혐의만을 적용해 그를 기소했다. 검찰은 물론 법원도 초케 외에 범행에 가담한 다른 공범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공범은 잡지 못한 채 초케에 대한 재판만을 진행해왔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라파스 검찰청의 윌리엄 알라베 라우라 검사는 재판이 모두 끝난 뒤 현지 언론에 "부검 보고서와 사건 장소 통행 기록 등 초케가 A씨를 살해했음을 증명할 6가지 증거를 법정에서 제시했고 법원이 이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A씨 시신에 남은 잔혹한 범행 흔적을 양형 이유에 참작했다.

라우라 검사는 "초케는 부족장으로서 태양의 섬 내 관광객 통행 금지 구역에 들어간 피해자에 대해 자체 처분을 이행한 것이고, 관광객 안전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했다"면서 "초케는 사건 당일 낮부터 밤까지 해당 지역을 드나든 사람들을 감시한 통행인 명부를 갖고 있었지만, 검찰이 정보를 요구했을 때 그는 '전혀 아는 게 없다'며 수사를 방해했다"고도 전했다.


앞서 볼리비아 현지 방송사 PAT는 초케의 영장실질심사 당일인 2019년 5월 1일 '한인 여성 살해 용의자 결백 주장' 제하 보도와 함께 혐의를 부인하는 초케의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27초짜리 동영상에서 그는 "결백하다. 이 혐의는 잘못됐다"고 말했고, '그럼 당신은 무엇을 했냐'는 질문에 신념에 찬 눈빛으로 "나는 부족장이고, 부족장으로서 우리 마을의 규칙과 절차를 지킨다"고 답했다.

로헤르 초케는 1심 선고 직후 항소 의사를 밝힌 만큼 사건은 고등법원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검찰은 유족 측과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해 항소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 볼리비아 대사관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뉴스1에 "당관에서는 주재국 내무부, 검찰, 법원에 관심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며 판결 전 현장검증에도 영사를 파견하는 등 노력을 다한 바 있다"며 "재판부는 장기간에 걸친 재판과정을 통해 피고인에 대해 유죄판결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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