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실종 대학생 발인에 유가족·조문객 눈물
"너가 오지 않았다면 행복이란 단어 몰랐을 것"
"사랑스러운 미소 가슴 속에 새길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서울 한강공원 근처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의 발인이 5일 오전 엄수됐다.
발인은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고별식을 가진 뒤 오전 9시께 이뤄졌다. 발인 시작 전부터 장례식장 앞은 손씨를 추모하는 대학교 동기 등 조문객들로 가득했다. 발인은 천주교식으로 이뤄졌다. 오전 10시께에는 잠원동성당으로 이동해 장례미사가 치러진다.
고별식이 시작되자 유족과 친구들은 고인의 영정 앞에서 추도사를 읽으며 목 놓아 울었다. 상주인 부친 손현(50)씨는 "넌 행복이란 게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줬다" 면서 "너가 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흐느꼈다. 이어 "지금 너무 아쉬운데 언젠가 다시 만난다고 생각하니까 이제 너를 보내주려 한다"며 "엄마는 걱정하지마. 아빠 믿지? 우리 잘 봐주고 있어 정민아"라고 했다.
추도사를 읽은 손씨의 친구는 "우리의 마음을 밝게 비추는 미소가 다른 곳을 비추기 위해 잠시 갔다"면서 "항상 너의 사랑스런 미소를 가슴 속에 새기고 좋은 사람이 될게. 고맙고 사랑한다 친구야"라며 울먹였다.
고별식을 마치고 유족들은 영정과 위패를 들고 안치실로 향했고 오전 9시20분께 발인이 마무리됐다. 장례식장 바깥에선 조문객이 운구차가 나오길 기다렸고 오전 9시27분께 운구차가 장례식장을 떠났다.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한 뒤 용인 아너스톤에 유골함이 안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발인을 앞두고 고인의 빈소엔 대학교 선후배, 중고등학교 동창 등 조문객의 발길이 계속됐다.
손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께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께까지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와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 함께 있었던 친구 A씨는 오전 4시 30분께 잠에서 깨어나 홀로 집으로 돌아갔지만 손씨는 실종됐다. 이후 손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시신으로 발견됐다. 옷차림새 등이 실종 당시와 똑같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손씨의 시신이 발견되자 죽음을 둘러싼 의문점이 제기됐다. 손현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A씨가 '신발을 버렸다'고 한 것과 관련해 지난달 26일 A씨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고 최면조사에 협조해 달라고 부탁과 격려를 하기 위해 갔다며 그 때 "A씨가 '친구(정민씨)가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뛰어 이를 잡다가 넘어졌다, 그 때 신발과 옷이 더러워졌다'라는 말을 했다"고 했다.
이어 "'나중에 돌이켜 보니 왜 자기 신발과 옷이 더러워진 이야기를 강조할까, 더러워질 장소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미쳐 "뭐가 묻었는지 보고 싶다고, 옷은 세탁했을 것 같아 신발 좀 보자(했더니) 바로 신발을 버렸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어떻게 정민이가 새벽 3시30분에서 5시30분 사이에 한강에 들어갔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고 했다.
A씨는 장례식장에 조문조차 오지 않아 논란이 일었지만 전날 오전 1시30분께 장례식장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조문은 하지 못했다. 손현씨는 "A씨가 오늘 오전 1시 30분쯤 작은아버지와 함께 빈소를 찾았다"며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어서 고민하다가 '너무 늦었으니 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 때나 와서 조문을 받아달란 것도 예의가 아니고, 아이 주검이 발견됐을 때도 아무 것도 안 하더니 방송 인터뷰에서 조문도 안 온다니까 그제야 온 것"이라고 했다.
전날에는 빨간 색상의 아이폰 휴대전화가 손씨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 인근에서 나왔지만 경찰 확인 결과, 해당 휴대전화는 A씨의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A씨의 휴대전화는 실종 당일 의혹을 해소할만한 주요한 단서로 지목됐지만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손씨의 휴대전화는 갤럭시 기종이고, A씨 휴대전화는 아이폰 기종으로 알려졌다. 앞서 실종된 당일인 손씨 가족 등을 만났을 당시 A씨가 손씨의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 한강에서 발견된 손씨에게선 A씨 휴대전화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정민씨의 휴대전화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에 착수하는 등 정확한 사건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포렌식 등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뒤 A씨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