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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안돼"..오세훈에 사실상 'NO'한 노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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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소은 기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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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4일 열린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노 후보자가 차기 국토부 장관에 취임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노 후보자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정책 '궁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표면적으론 집값안정과 주택공급 확대에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정책 실현 방식을 두고선 결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사실상 임기 1년짜리 장관과 대권을 노리는 서울시장이란 입장차로 '엇박자'도 우려된다. 일각에선 중앙정부로 지나치게 쏠렸던 부동산 정책의 중심축이 지자체로 일부 넘어가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 후보자가 국토부 장관에 공식 취임해도 정권 후반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존 부동산 정책 방향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변수를 꼽으라면 취임 한달여를 맞은 오 시장과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다.

당선 이후 숨가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오 시장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국토부에 크게 3가지를 건의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묶어둘테니 국토부 소관인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것이 첫째다. 아울러 부동산 교란행위를 막기 위해 서울시에도 실거래조사 권한을 달라는 요구도 했다.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 몰표를 받은 오 시장은 부동산 공시가격 재조사와 함께 공시가격 결정권을 지자체에 이양해야 한다는 논리도 폈다.


오세훈 "안전진단 기준 완화" 요구에, 노형욱 "취지와 달리 사업활성화 차원 완화 신중해야"

노 후보자는 "민간재건축도 공공성이 확보되면 추진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면서도 정작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노 후보자는 "안전진단은 구조안전, 노후불량 정도 등 재건축 필요성을 검증하는 수단"이라며 "제도 본래 취지와 달리 사업 활성화 차원에서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완화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이다. 예비안전진단과 1차 정밀안전진단,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등 3단계를 모두 통과해야 하는데 이를 판단하는 결정권은 사실상 국토부에 있다. 오 시장이 아무리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도 초기 단계의 안전진단이 깐깐하게 이뤄지면 속도를 내기 어렵다. 서울시는 안전진단의 구조안전성 비중을 현재의 50%에서 30%로 낮춰달라고 국토부에 공식 건의한 상태다. 서울시는 재건축 단지들을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해 '집값 안전장치'가 마련됐다고 본 반면 국토부는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노 후보자는 한발 더 나가 "최근 안전진단 기준 완화 기대감으로 안전진단 전 재건축 단지가 다수 소재한 자치구를 중심으로 시장 불안이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실제 안전진단 단계를 넘어서지 못한 재건축 단지 가운데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월계동 아파트값이 뛰면서 집값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거래조사권·공시가격 결정권 달라는데...노형욱 "부동산분석원에 충분 인력있는데", "공시가 형평성 흔들릴 우려"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를 막기 위해 서울시장에 실거래조사권을 달라는 요구도 노 후보자는 사실상 거부했다. 현행법에는 실거래조사권이 중앙정부인 국토부와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있다. 서울시장엔 없다. 25개 자치구는 실거래 신고를 받는 당사자라 자료 검증 등을 하려면 조사권이 있어야 하지만 시도지사에게도 같은 권한을 주면 '중복조사'가 될 수 있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노 후보자는 "충분한 조직 인력과 조사권한을 확보한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를 추진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국토부의 조사권한 일부를 시·도지사에게 이양하는 방안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국토부 산하에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출범시켜 세금과 계좌 조회 권한까지 부여하려고 하는 중이라 서울시의 조사권 요구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시가격 결정권을 달라"는 요구엔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직접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공시가격은 보유세, 건강보험료 등 전국적으로 같은 기준하에 운영되는 60개의 행정목적에 활용되는 것으로, 공시가격도 전국적으로 같은 기준 아래 산정될 필요가 있다"고 조목조목 근거를 들었다. 또 "동일시세의 부동산에 대한 공시가격이 지역별로 다르게 결정될 경우 조세나 복지제도의 운영의 형평성이 흔들릴 우려가 있고, 국민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공시가격 재조사와 함께 세부담 완화를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속도조절을 언급했으나 노 후보자는 "공시가격 동결 시 적정가격을 반영하도록 한 '부동산공시법'에 위배된다",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부동산 간 시세반영률의 격차가 더욱 커져 불형평성이 심화된다"며 역시 반대 시각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이같은 시각차나 갈등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서울 집값이 오르면 무조건 국토부 책임, 정부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서울시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주도권을 갖고 권한 이양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집값 안정에 대한 책임과 과제도 함께 넘겨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출신 서울시장이 장기 재임하면서 지자체와 중앙정부간 부동산 정책의 '색깔'이 다르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지자체가 주도권을 갖고 다양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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