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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한반도 비핵화 목표" 北 좋아하는 표현 쓴 까닭

중앙일보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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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한반도 비핵화 목표" 北 좋아하는 표현 쓴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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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한반도 비핵화" 목표로 제시
국무장관 한일 순방 때 "북한 비핵화"
北을 협상에 끌고 나오기 위한 용도?
지난 3월 26일 서울 시내에 있는 한 TV 화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등장했다. [AP=연합뉴스]

지난 3월 26일 서울 시내에 있는 한 TV 화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등장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출범 101일 만에 대북 정책 리뷰를 내놓으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비롯한 당국자들은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는데,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대북 정책 리뷰를 완성했다고 발표하면서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이 선호하는 표현이다. 북한은 물론 한국까지 포함해 한반도 전체 비핵화를 말하는 것으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과 확장 억제 정책까지 비핵화 대상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요구사항으로 주한미군 철수까지 주장한다.

'북한 비핵화'는 핵무기 개발과 위협에 대한 책임이 북한에 있음을 명시하는 표현으로, 북한의 핵 폐기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왜 북한이 요구하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했을까. 미국 온라인 매체 복스는 2일 "부분적으로는 그것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오기 위해 북한이 좋아하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복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 목표를 '북한 비핵화'라고 명시했다면 김 위원장이 발끈(bristle)하고 계속해서 바이든 대통령을 무시했을 것이 거의 틀림없다"면서 "외교가 시작되기도 전에 불행한 결말을 맞게 됐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목표와는 무관하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이 요점"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이 대북정책 리뷰를 설명하면서 "실용적(practical)"이란 표현을 두 차례나 사용해 강조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키 대변인은 대북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으면서 잘 조정되고(calibrated) '실용적인' 접근을 달성하고, 미국과 동맹, 파병 병력의 안전을 증대시키는 '실용적인' 절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2일 ABC방송에 출연해 “우리 대북 정책은 적대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다. 해결을 목표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궁극적으로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완전한 철수를 발표하면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탈레반과 한 합의를 잇겠다고 밝힌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합의를 정권 대 정권으로 이어가겠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복스는 전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2018년 싱가포르 합의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약속했다. 바이든은 지난달 아프간 철군을 발표하면서 "아마도 내가 협상했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겠지만, 미국 정부와의 합의이며, 그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대외 정책을 모두 이어가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탈퇴한 이란 핵 합의에 복귀해 재협상을 추진하고 세계보건기구(WHO)와 파리기후협약에는 취임하자마자 재가입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지난 3월 한·일 순방 기간 공식 석상에서 "북한 비핵화에 전념할 것"이란 표현을 썼다. 반대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포함해 한국 측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고집했다.

이에 블링컨과 정 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 폴리티코 기자가 "미국 대표단은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북한 비핵화를 계속 촉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한반도 비핵화 대신 이 표현을 지지하는가"라고 물었는데, 정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가 올바른 표현"이라고 답했다.

미 행정부 당국자들이 속내와 대외적 표현을 혼재해서 알리는 모습도 엿보인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6일 "북한 비핵화라는 원칙에 계속해서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국무부가 발표한 성명에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더 자주 등장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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