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챔피언십 합계 10언더파 278타 정상
"강풍 속에서 경험 많은 아버지 조언이 큰 도움"
"링크스 코스 약점 극복해 낸 것도 큰 의미"
"39년 만에 대회 타이틀 방어..대기록 달성 기뻐"
김지영, 김우정 공동 2위..임희정, 배소현 공동 4위
박현경이 2일 전남 영암 사우스링스 영암CC에서 열린 KLPGA 챔피언십에서 2년 연속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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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전남)=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이번 우승은 90%가 아버지 덕분이다.”
박현경(21)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크리스F&C 제43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에서 대역전극으로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2일 전남 영암 사우스링스 영암 컨트리클럽 카일 필립스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 강풍 속에서 열린 최종일 경기는 초반부터 보기를 쏟아내는 선수가 많아 우승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8번홀까지 버디와 보기를 1개씩 주고받은 박현경은 9번홀(파4)에서 약 18m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에 넣으면서 대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후 12번홀(파4)에서 세 번째 버디를 낚으며 1타 차 선두가 된 박현경은 13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에 성공, 2타 차 선두로 달아났다. 17번홀(파3)에서 약 70c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치며 다시 1타 차로 쫓겼지만,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파를 지켜내며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썼다.
이날 버디 4개를 뽑아내고 보기는 2개로 막은 박현경은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김지영(25), 김우정(23·이상 9언더파 279타)의 추격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박현경은 지난해 5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투어가 재개된 뒤 처음 열린 이 대회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당시에도 역전으로 프로 첫 승을 일궈냈다. 이날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며 시즌 첫 승과 함께 통산 3승째를 올렸다.
1978년 처음 열려 국내 여자 프로 골프대회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KLPGA 챔피언십은 1980년부터 1982년 대회까지 3년 연속 우승한 고(故) 구옥희 이후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선수가 없다. 박현경이 39년 만에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초속 6~7m의 강풍이 부는 날씨로 코스 내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이 펼쳐질 수 있었다. 투어 3년 차 박현경은 캐디로 나선 아버지 박세수(52) 씨에게 많이 의지했다. 박현경의 부친 박세수 씨는 한국프로골프(KPGA) 프로 출신으로 투어에도 출전한 경험이 있다.
박현경은 “이번 대회 우승은 90% 아버지 덕이다. 경험이 많다 보니 클럽 선택이나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며 “아버지의 조언을 잘 들은 게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큰 힘이 됐다”고 우승의 공을 아버지에게 돌렸다.
13번홀(파4)에서 나온 두 번째 샷은 아버지의 조언으로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 홀에서 두 번째 샷을 20cm에 붙이면서 버디에 성공한 박현경은 이번 대회 들어 처음 선두로 나섰다.
박현경은 “오늘도 그랬지만, 앞서 1~3라운드를 하면서도 아버지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며 “13번홀에서 7번을 칠까 아니면 8번으로 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이 정도 바람이면 8번 아이언이 좋을 것 같다’고 하셨고 그 선택을 믿고 친 샷이 거의 이글이 될뻔할 정도로 잘 맞았다. 이번 대회에선 80% 정도는 아버지의 조언대로 경기했다”고 말했다.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9번홀에서 나온 18m 버디로 꼽았다.
그는 “전반에 많은 버디 기회를 놓쳤고, 샷도 잘 안되면서 마음을 내려놓자고 생각했는데, 9번홀에서 버디가 나오면서 그 뒤로 좋은 흐름을 타게 됐다”며 “넣으려고 쳤던 건 아니었는데 그 홀에서 버디를 한 게 역전의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생애 처음 타이틀 방어에 나선 경기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한 박현경은 이 대회 39년 만에 타이틀 방어라는 대기록도 달성했다.
박현경은 “제가 이런 기록을 세웠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어제 우승을 한다면 대기록을 달성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전혀 생각하지 않고 경기하려고 했다. 막상 기록을 세우고 보니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뻐했다.
이번 우승으로 그동안 링크스 코스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약점도 극복했다.
박현경은 “이 대회 전까지 링크스 코스에서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없다. 이번 대회에서 극복해보자는 마음이 컸다”며 “바람 속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좋고, 링크스 코스에 약한 점을 극복한 게 만족스럽다”고 우승에 의미를 뒀다.
박현경은 작년 같은 골프장에서 열린 팬텀 클래식 공동 42위, 휴엔케어 여자오픈에서 공동 26위를 기록했다.
사흘 내내 선두를 달리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기대했던 김지영은 이날 1타를 잃으면서 김우정과 함께 공동 2위에 만족했다.
박현경이 1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뒤 캐디로 나선 아버지와 주먹을 맞대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KLPG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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