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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그사람] 한국 현대사 굴곡 함께 한 '키다리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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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청년' 김판수

1. 목소리가 작고 가늘었다. 여러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자리에서 이 사람 목소리는 다른 사람 목소리에 묻히거나 눌려서 잘 들리지 않을 것이다. 어디에서 목청을 높일 사람도 아니었다. 서너 번 식사를 같이 한 사람마저 자기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는데 그 말이 과장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는 소년 같은 이 사람의 눈빛을 기억할 테지만 조용히 자리를 지키면서 가끔 미소를 짓던 이 사람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터이다.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존재감이 약한 사람이다. 체질상 술도 마시지 못하고 낯가림도 심하다. 그렇게 거의 평생을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