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심화에 창업 선택하는 청년층↑
자본력·운영 노하우 부족해 영세 자영업 내몰릴 우려
“스스로 버는 돈 뿌듯하지만 부담도 모두 내 몫”
전문가 "창업 경험 살려 취업시장 진입토록 재교육 필요"
“오히려 젊을 때 더욱 창업을 해 보고 싶다. 도피나 망상이 아닌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청년층의 새로운 시도로 봐 주면 좋겠다.”(취업준비생 김병수·26)
1인 자영업에 뛰어드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증후군(코로나19)으로 기업 신규채용이 위축되고 단기 일자리마저 줄어든 극심한 취업난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을 느낀 청년들이 돌파구로 창업을 선택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는 이같은 현상을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청년층 고용형태 추이를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
전년 동월대비 15~29세 청년층 종사상지위별 취업자 증감 추이(단위: %). 2020년 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상용근로자는 감소세,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증가세를 보였다. (사진=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 브리프’ 3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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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직↓·1인 자영업자↑...대부분 영세 자영업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을 제외하면 만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중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1인 자영업자)’가 2019년 10월부터 꾸준하게 늘고 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란 ‘자기 혼자 또는 무급가족종사자와 함께 자기 책임 하에 독립적인 형태로 전문적인 업을 수행하거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같은 청년 1인 자영업자 증가세는 상용근로자 감소와도 맞물려 있다.
임금을 받고 일하는 상용직 청년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2월부터 전년 동월대비 12개월 연속 감소하다 올해 2월 처음으로 증가로 전환(1.4%)했다.
이를 두고 노동수요 회복이 더뎌지고 취업난이 장기화하면서 청년층 고용 형태가 변화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세정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 연구원은 “취업시장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진 청년들이 자영업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부담 비용이 적은 1인 자영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근로 생애 초기의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로 진입하지 못하고 영세 자영업으로 시작하게 될 경우 향후에도 진입 시기를 놓치거나 사회 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청년층의 1인 자영업 증가현상에 대해 “청년들이 (1인 자영업에 대해) 어느 정도 장밋빛 전망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코로나19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최근 증가세가 일시적일 수 있다”며 “최소 올해 1년은 더 청년층 1인 자영업자 증감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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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사장들 “뿌듯하지만 모든 걸 책임지는 게 부담”
청년들은 ‘나 홀로 사장’에 도전하게 된 이유를 '얼어붙은 취업시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창업 사례와 정보를 모을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창업을 ‘남의 일’로만 생각하던 과거에 비해 장벽이 낮아진 것.
카페 ‘인하트’를 운영하는 민혜주(26·여)씨는 “극심한 취업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취업준비에 시간을 투자하는 게 효율적일지 의문이 들었다”며 “최근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도 많고 창업 정보를 수집할 루트도 다양해 (1인 자영업) 접근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의류 쇼핑몰 ‘모어빈’ 대표 추지우(24·여)씨는 “좋은 대학을 나와 높은 스펙을 쌓아도 기업에 들어가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온라인으로 1인 자영업 성공 사례를 찾아보고 결정하게 됐다”고 자영업을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청년 사장들은 1인 자영업이라는 고용 형태가 장점이자 곧 단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해낸다는 점이 만족스럽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뒤따른다는 것. 난관에 부딪혔을 때 즉각 조언을 얻기 어렵다는 점도 언급했다.
민씨는 “모든 걸 스스로 찾아서 해결해야 하고 그 책임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1인 자영업에 도전하는 경험 자체가 경쟁력이라며 기성세대의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중장비 임대업을 희망하는 김병수(26·남)씨는 “벼락부자가 되고 싶다는 망상이나 취업 시장에서 도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창업을 고려하는 게 아니다”라며 “실패 후 취업으로 눈을 돌린다 해도 1인 자영업을 통해 얻은 성취감과 도전 정신이 큰 자산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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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실효성 있는 정부 청년창업 지원책 필요”
전문가들은 최근 청년층의 1인 자영업 시장 진입 원인으로 고질적인 취업난을 꼽았다.
더 큰 문제로는 정부의 청년 창업 지원책 강화도 청년 1인 자영업자 증가에 영향을 줬으나 그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서비스업·제조업 등의 일자리 자체가 줄었다”며 “주요 기업들이 직무 중심의 경력채용이 많아지다보니 청년들이 취업시장에 신규 진입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영업자 비율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높은 편"이라며 "레드 오션에서 기존 소상공인과 청년들이 경쟁을 해야 한다”며 증가세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영문 계명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도 “청년들이 정부가 지원하는 보증금으로 6개월~1년 정도 버틸 수는 있지만 오랜 기간 장사를 한 사람들보다 노하우가 현저하게 부족하다”며 “돈이 문제가 아니고 창업을 할 수 있는 자질이 안 되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생계형 창업이 이미 ‘레드 오션’이기 때문에 이같은 증가세를 바람직하게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대안으로는 청년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재취업 교육 등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앞다퉈 청년 창업 관련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성을 기를 수 없는 단기정책에 불과하다"라며 "디지털 일자리 교육 사업의 경우 현행 6개월에서 최소 1년 이상으로 기간을 늘려야 이후 창업 시 실제 경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연계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년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재취업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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