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고해성사 촉구 vs 정진석 "정권교체 위해 감정 버려야"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 |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이동환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보수 진영 간의 질긴 악연이 대선국면을 앞두고 변수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서울지방경찰청장 출신의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소위 적폐 수사를 현장 지휘할 때 '친검무죄, 반검유죄' 측면이 전혀 없었는가"라며 윤 전 총장에게 고해성사를 촉구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윤 전 총장이 야권통합 후보가 되려면 먼저 '과거사'를 분명히 털고 가는 입장 표명과 관계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공개사과 요구는 윤 전 총장을 차기 대권 주자로 영입 또는 옹립하려는 현재 야권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외견상 윤 전 총장이 지휘한 국정원 댓글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김 의원이 개인적 구원 차원에서 이 문제를 끄집어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보수 야권과의 악연에서 비롯된 화학적 결합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수통'인 윤 전 총장은 국정원 댓글과 국정농단 사건을 맡거나 지휘하면서 정치적으로 보수 진영에 큰 타격을 준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보수층 일부에선 윤 전 총장에 대한 반감과 불신이 적지 않다. 일각이지만 그가 총장직에서 사퇴한 뒤에도 박영선 전 의원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의 친분을 들어 "민주당 후보로 갈지 모른다"는 관측이 존재한다.
친박계인 서병수 의원이 "탄핵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등 탄핵 논란이 가시지 않는 것도 이런 시각의 연장선에 있다.
복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지난 24일 윤 전 총장과 한동훈 검사장 등 윤석열 라인을 '사냥개'에 비유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사람들을 사냥하는데 견마지로를 다했다. 그 바람에 어떤 사람은 벼락출세를 하기도 했다"고 직격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CG) |
윤 전 총장으로선 보수 정부 인사들을 수없이 감옥에 보낸 '업보'가 대권 도전에 필요한 선택지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그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조직력을 등에 업고 야권 단일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홍 의원 등 대권 경쟁자들을 중심으로 유감을 표명하라는 목소리가 커진다면 윤 전 총장의 성정상 댓글 및 탄핵 수사가 전적으로 옳았음을 강조하며 제3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으론 당내에선 정권교체가 절체절명의 과제인 만큼 과거는 거론하지 말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용판 의원의 사과 요구에 중진인 정진석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윤 전 총장은 사법 체계에서 주어진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묵은 감정은 정권교체의 큰 강물에 씻어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옛 친박계인 김태호 의원도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직을 걸었던 윤 전 총장을 기억한다"며 "우리와 함께 합시다"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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