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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미국 흑인 사망

코로나 치명률 더 높은데 접종하긴 힘들어…미 흑인·라틴계 백신 접종률, 백인의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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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26일(현지시간) 미국 메인주 비더포드의 한 클리닉에서 의료진이 주민에게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놓고 있다. 비더포드|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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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흑인·라틴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백인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공영라디오방송(NPR)은 흑인·라틴계의 백신 접종 거부감이 커서가 아니라, 이들이 사는 지역에 접종소가 없는 등 장벽이 존재하는 것이 이유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흑인 인구는 전체의 40%를 차지하지만 필라델피아에 할당된 백신 중 23%만 흑인이 접종했다. 필라델피아에서 흑인·라틴계 접종률은 백인의 절반 가량이다. 흑인 거주자가 많은 웨스트 필라델피아에서 지역 클리닉을 운영하는 켄트 브람 박사는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면서 지역 흑인들 사이에서 백신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흑인 접종률이 백인보다 크게 뒤쳐지는 건 필라델피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플로리다에서 흑인 인구는 전체의 16%를 차지하지만 전체 백신 접종자의 8%만 흑인이다. 일리노이주에서는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의 17%가 흑인이었지만 백신을 접종한 사람의 9%만이 흑인이었다.

과거 미 보건당국이 흑인을 대상으로 비윤리적인 의학 인체 실험을 한 어두운 역사 때문에 흑인들의 백신 거부감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인종별로 거부감의 큰 차이는 없었다. 최근 NPR·PBS 조사에 따르면, 미국 흑인과 백인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복용에 대한 거부감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22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흑인의 73%, 백인의 70%가 백신을 맞을 계획이거나 이미 맞았다고 답했다. 백신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흑인 25%, 백인 28%로 오히려 백인의 거부감이 조금 더 높게 나타났다. 라틴계는 백신을 이미 접종했거나 맞을 계획은 63%, 맞지 않겠다는 응답은 37%로 다소 높게 나타났다.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인종별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흑인·라틴계 접종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백신 배분의 문제라고 NPR은 지적했다. 예방접종소의 위치, 온라인 예약 방법과 일정, 교통·접근성 등의 장벽이 흑인·라틴계 커뮤니티에 더 만연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심에 집중된 접종소와 흑인·라틴계 거주지가 멀고, 이들이 주로 늦게 끝나는 직장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접종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점 등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라델피아 보건 당국은 가장 낮은 백신 접종률을 보이는 지역에 백신 클리닉을 설립하고, 예약 일정을 보다 유연하게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뉴저지 보건 당국은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화 예약 서비스를 도입했고, 메린랜드 보건 당국은 찾아가는 교육·백신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탠포드 대학 연구진은 필라델피아에서 접종률이 떨어지는 라틴계 지역에 접종소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는데, 첫주에만 9167명이 백신을 접종했고 그중 55%가 라틴계였다. 지게차 운전사인 지역 주민 제레미 오카시오(26)는 “접종소가 너무 멀어 근무 스케쥴에 맞춰 방문할 수가 없었다”면서 “바로 집 근처에 접종소가 생겨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드렉셀대학의 사회학자 샤렐레 바버는 “흑인 등 유색인종이 필수 노동자로 근무하는 비율이 높아 백신 접종을 할 시간을 내기 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애당초 도시 중심부 대신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지역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소를 배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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