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소비 증가세 전환이 성장률 견인…내수 성장기여도 확대
국제유가 상승·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하방요인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1.6%에 이르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분기 수준으로 회복했다. 금융시장에서 예상한 1.0~1.1%를 웃돌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를 견인한 반도체 등 IT(정보통신) 품목 중심의 수출 강하게 회복된 가운데, 민간소비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내수의 성장기여도 또한 대폭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1분기 성장률을 감안했을때 올해 한국 GDP 성장률이 3%대 중반 달성이 가능하다고 봤다. 지난해 11월 전망치(3%대)보다 대폭 높아진 수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한국 경제가 코로나 사태에서 벗어나 완전한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수입물가 오름세 등 인플레이션 우려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에 따른 차량 생산 차질 등의 하방요인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향후 코로나19 전개상황에 따라 회복세를 보이던 민간소비가 다시 주저앉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2월 개점 당시 몰려드는 인파로 방역 논란이 일었던 여의도 더현대 서울./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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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소비 증가가 성장률 끌어올려…보복소비 폭발
이번 1분기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수 있었던 주된 요인은 민간소비의 증가세 전환이다. 민간 소비는 지난해 4분기 -1.5%에서 지난 1분기 1.1%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승용차, 가전제품 등 내구재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소비가 늘어난 것이 주된 영향이었다. 재난지원금 영향으로 민간소비가 0.7% 증가했던 지난해 2분기 이후 최대폭 증가다. 지난 2월 중순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제한 조치가 완화된 영향에 억눌린 소비심리가 폭발하면서 자동차, 가전제품 등 내구재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소비가 모두 늘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4월 최근경제동향’의 내수 속보 지표를 보면, 지난달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대비 62.7% 급증했다. 2005년 관련 수치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같은 달 국내 카드 승인액의 전년 대비 증가율 또한 20.3%를 나타내며 전달(8.6%)에 이어 두 달 연속 늘었다.
실제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전년 대비 1% 감소했는데, 국내 실질 민간소비는 4.9%나 줄어 감소폭이 훨씬 컸다. 하지만 올해들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백신 접종, 코로나19 장기화에 적응한 사람들로 인해 억눌린 소비심리에 불이 붙고 있다. 이같은 ‘보복 소비’(pent-up)는 경기를 침체에서 회복으로 끌어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설비투자 역시 경기 회복 모멘텀을 만들었다. 지난해 4분기 -2%로 고꾸라 졌던 설비투자는 전분기 대비 6.6%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2.4%나 늘었다. 반도체 수출 증가의 영향으로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늘어난 영향이다.
수출 호조도 성장률 회복에 힘을 보탰다. 수출 성장률은 자동차, 이동전화기 등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1.9% 증가했다. 수출은 지난해 3분기 16% 증가한 후 3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요가 늘면서 수입도 기계 및 장비, 1차 금속제품 등을 중심으로 전기대비 2.4% 증가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울산 1공장 휴업에 이어 아산공장 가동이 중단됐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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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유가·‘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변수
다만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확대로 수입이 덩달아 늘면서 수출이 실질적으로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인 순수출 기여도는 -0.2%P를 기록했다.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0.6%P지만, 수입 기여도가 0.8%P로 수출 기여도를 넘어서면서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 전환됐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수입액이 증가한 것이 순수출 기여도에는 악영향을 미쳤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소폭 마이너스로 전환됐으나 이는 수출의 기여도보다 수입의 기여도가 더 크게 상승한 데 기인한 것으로, 수입 증가라는 현상이 소비투자등 내수회복에 기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분기의 수출 기여도가 낮아진 점을 부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올해초부터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수입물가가 대폭 오르고 있는 점은 향후 수출 기여도를 더 낮게 만들 수 있는 원인이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2015년 기준 100)는 109.73으로 전월 대비 3.4% 상승했다. 4개월 연속 상승세로, 원화 기준으로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9.0% 오르면서 14개월 만에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광산품, 화학제품 등이 오른 영향이 컸다. 지난달 월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64.44달러로 2월(60.89달러)보다 5.8% 상승했다.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91.2%나 급등한 수준이다. 석탄및석유제품은 전달과 비교해 6.0% 나 올랐으며, 화학제품은 4.5% 상승했다.
◇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코로나 재유행 등 하방리스크로 작용
제조업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사태도 향후 성장의 하방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은 완성차 업계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발발했고, 주요 반도체 공장이 있는 미국 텍사스, 일본, 대만 등에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심화된 상태다.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들은 재고 부족으로 일부 생산 라인 가동을 중단하는 등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연말까지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 수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확진자가 일평균 600~800명대로 늘어나는 등 4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코로나 확산이 진정되지 않아 향후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단계가 상향되고, 영업제한 조치가 재강화될 시 회복 조짐을 보이던 대면서비스 소비가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다.
경기를 견인할 보복소비 역시 지속성이 불투명하다. 한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번 보복소비는 감염위험이 적은 자동차나 가구 등 내구재 소비에 집중됐는데, 내구재는 장기간 사용된다는 특성이 있어 미래 소비를 앞당기는 측면이 있다. 제조업 등 민간 부문 취업자수 감소세가 지속되는 등 고용회복이 더디다는 점도 경기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는 높기는 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인한 보복소비 등 일회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면서 "1분기의 강한 회복세가 2분기 이후에도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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