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한국이 유엔 해양법협약의 강제분쟁해결절차를 활용할 수 있으며, 최근 이 절차를 활용한 사건들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의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가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3일 발간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한 국제법적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유엔 해양법협약의 당사국인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 결정이 이 협약의 해양환경보호의무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한국은 강제분쟁해결절차를 활용해 일본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2023년부터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밝히자, 국내에선 일본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입조처는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는 유엔 해양법협약상 강제분쟁해결절차 활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 경우) 국제해양법재판소보다는 중재재판소가 해당 사건의 관할권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강제분쟁해결절차가 적용되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유엔 해양법협약에 관한 분쟁이 있어야 하고, 당사국이 선택한 다른 분쟁해결수단이 있을 경우 그 수단에 의해 분쟁이 해결되지 않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절차의 ‘배제 적용’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야 한다. 예커대 군사활동에 관한 분쟁, 해양과학조사나 어업 관련 법 집행 활동에 관한 분쟁 등은 이 절차의 적용 예외에 해당될 수 있다.
입조처는 “그동안 회원국들은 해양 관련 분쟁이 당연히 강제분쟁해결절차 적용이 제한될 것이라고 단정짓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국제 판례를 보면 협약상 해양환경보호 관련 규정에 근거해 연안국의 일방적 행위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게 해 이 절차의 관문이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중재재판에 회부됐던 사건에 해양환경보호 관련 규정 위반과 관계된 것은 모두 5건이었다. 아일랜드와 영국 간 혼합산화물핵연료 재처리공장 잠정조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간 조호르 해협 간척 잠정조치, 모리셔스와 영국 간 차고스 군도 사건, 필리핀과 중국 간 남중국해 사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흑해 연안국 권리 선결적 항변 사건 등이다. 이 중 모리셔스-영국, 필리핀-중국 간 사건에서는 재판부가 각각 영국과 중국 측의 규정 위반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입조처는 향후 한국 정부가 이 절차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대비하되, 양자간 외교를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이 정교한 소송기술로 일본을 강제 분쟁해결절차에 회부해 잠정조치나 본안 판정에까지 이를 수 있는지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입조처는 “그간 한국은 이 절차의 피소국이 되는 경우만 상정해 수세적으로 대비해 왔는데, 이번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은 한국이 이 절차를 활용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 수 있다”며 “이 절차가 개시되기 전, 진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의 예측, 관리와 더불어 향후 한일간 해양 분쟁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에 대해 주의깊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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