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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대권주자 이낙연, 회생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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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예비경선과 9월 본경선 관문 통과가 우선 과제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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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중앙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미래를 여는 ESG 책임국가’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 이낙연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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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하실 겁니다.”

지난 4월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생활ESG행동 국민제안’ 행사 전날, 보도자료를 보낸 행사관계자에게 물었다.

기자가 받은 행사개최 보도자료에 그의 이름은 언급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행보’와 관련된 행사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이날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다. 대신 자막으로 올라간 행사제안자 명단엔 전 국무총리 명의로 이름을 올렸다.

이낙연 측 핵심인사는 “5월 1일까지 외부 공개일정에 나서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해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 측으로서는 ‘재보궐선거 패배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전 당대표이자 선대위원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본격 대권경쟁에 나서느냐’는 힐난을 피하기 위한 정무적 판단으로 보인다.

반면 이날 비슷한 시간, 국회 인근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청소·경비 등 취약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정책 토론회’에는 또 한명의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참여해 재보궐선거 결과와 향후 전망 등 최근 정국에 대한 자기 의견을 기자들과 질의응답형식으로 밝혔다.

■ 이낙연 대선정책은 “생활ESG·신복지체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홍성국 국회의원, 김정희 아이쿱생협전국연합회 회장, 김은정 소비자기후행동 대표 등이 참여한 ‘생활ESG행동 국민제안’ 행사는 기후변화(Environment)와 사회(Social)위기, 민주주의(Governance) 위기에 대한 대응을 목표로 만들어진 생활ESG행동본부가 주최한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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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열린 생활ESG행동 국민제안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생활ESG행동 10대 약속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정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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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궐선거 기간이었던 지난 3월 23일 이 전 대표는 중앙대에서 ESG책임국가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기도 했다.

당시 주최 측은 “선거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이 운동의 최초 제안자이기 때문에” 특별강연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ESG를 정치영역으로 맨 처음 공식 제기한 것이 자신”이라면서 지난 2월 초 교섭단체 공식연설에서 내놓은 이익공유제가 ESG와 관련된 제안이라고 밝혔다.

이 강연에서 그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신복지체제’의 개괄적인 틀도 제시했다. 소득, 주거, 노동, 교육, 의료, 돌봄, 문화체육, 환경 등 8개 삶의 분야에서 국가가 보장해줘야 할 의무적 영역으로 최저기준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적정기준을 선정해 그쪽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권조직과 향후 제시할 공약의 개괄적인 틀을 밝힌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가 신기후체제로 가는 것은 이미 예정된 일이다. ESG 문제가 신기후체제의 핵심으로 본 것이다.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사람은 대권주자 중 이낙연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의 핵심관계자의 말이다.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여의도와 마포 일대에는 이낙연캠프가 여럿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다.

당대표 경선 때 대산빌딩에 만들어졌던 선거캠프는 이후 연대와 공생이라는 시민단체로 변경돼 활동하다가 최근 위에서 언급한 생활ESG행동본부로 이름을 바꿔 활동하고 있다. 대산빌딩 사무실은 비서나 홍보·전략 부문 캠프가 됐고, 싱크탱크는 정우빌딩에 마련돼 있다.

이밖에도 극동빌딩의 행복국가포럼, 예전 새누리당 당사가 있었던 한양빌딩의 정의평화포럼, 진미파라곤 빌딩의 NY포럼, 신태진빌딩의 우분투패밀리, 그리고 최근 극동빌딩으로 옮긴 생활ESG행동본부 등이 여의도에 포진한 이낙연계 단체로 알려져 있다.

공개단체만 다섯이다.

“적어도 조직이나 세만 놓고 보면 이재명·정세균 등 다른 주자를 이낙연이 압도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이낙연 측 핵심인사의 말이다.

여의도와 별도로 광흥창에는 이낙연계 의원들이 모이는 사무실이 별도로 있다.

최근 이 모임과 관련한 흥미로운 보도가 있었다.

자가격리를 마친 이 전 대표가 당내 이낙연계 의원 20여명과 만난 자리에서 대권주자로서 문 대통령과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자 “문재인 정부에서 절반 이상을 2인자를 했는데 다른 소리를 하는 것은 사기다. 배신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대통령을 안 했으면 안 했지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뚜렷한 후보자가 없는 친문의 대표주자로 나서겠다는 것일까.

■ “문 대통령 지키겠다” 발언 왜 했나

이 전 대표 측 또 다른 핵심인사는 “그냥 여담이라 생각하고 들어주면 좋겠다”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일단 대선으로 가는 1차 관문은 당내 경선이다. 솔직히 거기서 떨어지면 본선에 못 가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대권주자로서 자기경쟁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지만 기존에 같이해온 그룹들과의 공동보조는 맞추면서 가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정책에서 차별화라고 했지만 그간 이 대표로서 자신을 드러낼 기회는 거의 없었다고 이 인사는 덧붙였다.

“총리를 하면서 다른 의견을 내거나 행동을 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대표가 되면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코로나 시국이 겹치면서 국난극복이라는 과제가 떨어졌다. 선거에 진 뒤도 마찬가지다. 패장이 무슨 할 말이 많냐, 이런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한두 차례 변곡점은 있을 것이다. 5월 2일 전당대회가 끝나면 여러 후보가 공식출마할 것이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6월에 예비경선을 하고 9월에 본 경선을 하는데, 아마 누구도 1차에서 과반을 받기는 힘들 것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의 말이다. 예비경선과 본경선 사이가 첫 변곡점이라면 본경선 결선투표가 두 번째 변곡점이라는 것이다.

“예비경선 때 대권후보를 6인 이하로 컷오프를 하도록 돼 있다. 이 6명 중에 의외의 후보가 예비경선을 통과하게 된다면 돌풍을 일으키는 후보로 주목을 받으면서 변곡점이 만들어질 수 있다. 둘째, 본 경선에서 과반이 안 나오면 결선투표를 하는데 3위 이하의 후보들이 어느 후보와 연대하느냐가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의 경우 재보궐선거 참패에 가장 큰 책임이 있고 현재 원탑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지사에 밀리겠지만 경선룰에 따라 최종후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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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자가격리에서 해제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4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희궁자이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으로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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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면론·총선패배 책임 넘어설 수 있을까

그러나 기자가 접촉한 대부분의 정치평론가·선거컨설턴트는 이 전 대표의 회생 가능성은 쉽지 않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대권주자로서 이낙연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당 핵심지지층 40대와 소통키워드가 없다는 것이다. 사면론의 경우도 집권 후반기에 가면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설사 탄력을 받더라도 그것이 이낙연 지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지금은 이낙연 조직이 탄탄하더라도 그 조직들 대부분은 이낙연 대권지지율이 40%대까지 올라갔을 때 만들어진 것이며,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 당내 친문 지지 흐름을 업어 자기 것을 만들려고 한다고 하더라도 그 공백을 메꿀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지금대로라면 내년 대선은 “2007년 대선 때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007년 당시 현 민주당 쪽의 후보가 정동영으로 결정되자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친노는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이번 재보궐선거를 경과하면서 친문들 사이에서 이낙연 책임론·회의론이 확산된 마당에서 과거의 지지율을 다시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유 박사는 “한편으로 임종석 전 비서실장 같은 인사가 친문과 586을 망라해 출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그 역시 지난 재보궐선거 민심을 악화시킨 장본인으로서 반향이 얼마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회장을 맡았던 이기명씨나 김종인의 복심으로 불렸던 최운열 전 의원 등이 현재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하고 있는 인물들이지만 정치적으로 운명을 같이할 사람들의 부족도 이 전 대표의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금보다 더 인재를 널리 구해야 한다. 완벽주의는 무기력을 초래한다. 자신의 이너서클, 참모들이나 같이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눈높이에 못 미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들이 주요한 업무를 분장해 전략을 세우게 해야 한다. 후보가 너무 완벽주의를 추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얼핏 듣기로는 책을 낼 계획이었지만 책도 마무리 못 했다고 들었다. 그 정도로 까다롭다. 그러면 참모들이 창의성이나 역동성을 가지고 일하는 건 쉽지 않다. 국가를 운영하는 리더를 만드는 것은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크고 작은 동지들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만약 평가를 떠나 ‘선거컨설턴트로서 대권주자 이낙연 후보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말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대한 안일원 대표의 답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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