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기대 반 우려 반' 엇갈린 반응
시민들 "섣부른 조치" 자가진단키트 도입 '글쎄'
서울시 "전문가 의견 반영해 가이드라인 만들어갈 계획"
자영업자들이 많이 몰려있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 거리.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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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소영 기자] "소상공인 망하면 말 그대로 나라가 망하는 거야.", "자가진단키트 믿을 수 있나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연일 깊어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방역수칙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다. 탄력적으로 대응하며 소상공인들의 숨통을 트이게 해줘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지금과 같이 일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방역수칙 방법론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영업자들의 희생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일괄적인 영업제한이 아닌 업종별로 탄력적인 방역수칙을 적용하는 '서울형 상생방역'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자영업자들이 몰려있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은 이 같은 거리두기 조정안을 반기면서도 불안감을 내비치거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가 자칫 더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이어졌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률적인 '규제방역'이 아니라 민생과 방역을 모두 지키는 '상생방역'으로 패러다임을 바꿔가겠다"며 이를 정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협의 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오전 '유흥시설·식당 등 형태별 분류 및 맞춤형 방역수칙 의견제출 요청' 공문을 관련 업종 단체들에 보내 의견을 제출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공문에 따르면 유흥주점·단란주점·감성주점·헌팅포차는 오후 5시∼밤 12시, 홀덤펍·주점은 오후 4∼11시까지 연장 영업을 허용한다.
다만 식당·카페는 기존대로 오후 10시까지 영업이 유지된다. 이는 지금의 방역수칙을 완화해 '방역'과 '민생'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취지지만 일각에선 방역망이 붕괴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또한 오늘(22일) 기준으로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수가 이틀 연속 700명대를 기록해 방역수칙 규제 완화에 따른 재확산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또 이 정책으로 인한 풍선효과로 수도권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저녁영업이 시작됐지만 거리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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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지는 알겠지만, 시기상조 아닐까요? 조금 불안해요"
시민들도 이 같은 우려에 한 목소리를 냈다. 홍대에서 만난 두 명의 20대 대학생은 "(코로나가) 다 끝나간다고 생각했는데 또 한다니까 말짱 도루묵이 될까 걱정"이라며 "확실히 좀 잡고 나서 완전 끝날 때까지는 지금처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민을 준비하고 있는 20대 후반 지 모씨는 방역수칙 완화에 대해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사실상 마지막 선거라 기대를 가지고 했는데 좀 걱정이 많이 된다"면서 "선거 지나고 주말부터 해서 확진자가 계속 줄지 않다가 다시 깡충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급하게 지침을 수정하고…너무 섣부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한 공간에 모일 수 있는 인원을 아예 제한하자는 시민 의견도 이어졌다.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는 김모(33)씨는 "시간을 정하니까 사람들이 거기에 맞춰서 술을 먹고 그 시간에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오히려 더 몰리는 시간을 만든 것 같다"며 "차라리 입장수를 제한하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9시 이후에 10시 이후에 코로나가 갑자기 돌고 그런 건 아니지 않느냐"며 "오히려 사람들이 분산되는 게 중요하다. 시간제한 보다는 인원제한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 "자가진단키트 믿을 수 있는거죠?"
오 시장은 서울형 상생방역의 보완 수단으로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자가진단키트는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스스로 검체를 채취해 코로나 양성 여부를 확인하는 도구로, 15~30분이면 결과가 나온다.
결과 확인까지 3~6시간이 걸리는 PCR(유전자 증폭 검사)보다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전자 증폭 과정을 거치지 않아 98%에 이르는 PCR 검사보다 정확도가 낮다. 현재까지 확인된 자가진단키트의 정확도는 17~90% 사이로 연구결과마다 차이가 있다.
이에 김씨는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며 "(검사를)몇 시간 전에 했다고 해서 지금 안 걸려있다는 보장은 없을 것 같다. 자가진단은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씨 또한 "이런 식으로 어떻게든 입장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시민들이나 청소년들이나 필수적으로 가야하는 식당, 독서실, 문화·공연·예술 쪽으로는 어떠한 대응책이 안 나왔는데 왜 유흥업소 부분에서만 먼저 하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정말 필수적으로 학생, 노인분들이 필요한 것을 먼저 해줘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손님이 없는 한 식당의 모습. 24시 운영을 해오던 이 식당은 현재 10시까지 운영 중이다.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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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좀 해봅시다 너무 힘들어요" 자영업자들 '반색'
반면 자영업자들은 서울형 상생방역을 반기는 분위기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장씨는 현재의 방역수칙을 '탁상공론'이라고 주장하며 "(제한) 안 풀어준다고 (코로나가) 더 안 생기고 풀어준다고 더 생기는 게 아니거든요. 한강, 대형마트 등 주말에 사람 엄청 많은데 이런 건 단속 안 하고 업소만 단속하느라 그래"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자가진단키트 도입에 따른 효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이렇게 강력하게 하면 이상 있는 사람은 아예 안 받으니까 철저해서 확산이 줄어들 거다. (지금은) 대충대충 하다보니까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가진단 검사가 갖춰지고 시간 연장을 하면 장사도 지장 없고 확진자도 많이 안 나오고 일석이조 다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술을 함께 판매하는 카페를 운영 중인 30대 후반 박 모씨는 운영시간 연장에 대해 "술이랑 같이 판매하는 곳은 늦은 저녁시간에 술을 마시니까 저희 입장에서는 영업시간이 연장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반색했다.
영업시간 연장과 자가진단키트 등에 대해서는 "어쨌든 전에는 그런 방침이 아예 없었는데 이제 시도라도 해볼 수 있으니까 (도입)되면 훨씬 좋을 것 같다"면서 "무슨 시도라도 해봐야 좋지 않나. 지금 말도 안 되게 꽁꽁 싸매고만 있으니까. 방역을 제시하고 시도도 해보고"라고 말했다.
현재 박씨의 가게는 이번 '서울형 상생방역' 운영시간 연장에 포함되지 않는 '음식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는 "현재 음식점인데 펍도 같이 바꿀 수 있으면 이름이라도 바꿔서 (펍으로) 영업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왜 업소만 봐주나요" 식당·카페서는 '형평성' 논란도
이처럼 이번 '서울형 상생방역'에 식당과 카페는 연장 영업에 포함되지 않아 기존 10시 시간 제한 운영이 유지된다. 이에 형평성 등의 문제도 제기된다.
코로나 이전에 24시 카페를 운영하던 최 모씨는 "연장되려면 같이 연장을 하던가. 유흥업소가 대부분 저녁시간대 시작을 하니까 운영시간이 줄어들어 그러는 것 같지만 (그래도) 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말 같은 때 테이블 꽉 차 있으면 솔직히 좋긴 하지만 자영업 입장에서도 불안하다"면서 "홍대가 아무래도 저녁에 활발하기 때문에 시간을 늘려주면 좋겠지만 지금은 좀 이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가진단키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씨는 "일단 키트를 일단 안 써봤잖아요. 안 써봤는데 그거 들여다 놓고 '내가 했는데 음성 나왔다' 이러면…그걸 어떻게 믿느냐는 거죠"라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영업 중인 한 노래연습장.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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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방역 지침에 쌓인 분노를 거세게 표출하는 경우도 있었다. 펍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취재진의 질문에 "24시 당연히 해야지. 방역을 그렇게 할 바에는 다 개방시켜야해. 자영업자들이 월세도 못 내고 홍대 문 (닫은 거) 이거 봐. 다 사기꾼들이여. 방역을 무슨…"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코인노래방 30대 실장 최 모씨는 "바뀌는 건 좋다"면서 "다른 자영업자나 유흥업소 쪽에서도 지금보다는 영업을 하는데 있어서 불안한 걸 줄이고 영업시간도 좀 더 늘고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그게 제대로 지켜질까 하는 불안함이 든다. 잘 지켜지면 연장되도 좋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자가진단키트 활용과 관련해 정부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자가검사키트가 보조적 수단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요양시설 등 검사 대상자가 일정한 시설에 한해 검토 중이라며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은 "자가진단 키트는 10분에서 30분 내외로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 수단으로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에서는 이미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식약처에서 허가하지 않아 아직 도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반응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시가 연 전문가 자문회의에 참가한 일부 전문가들은 자가검사 키트 도입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반면 유병율이 높은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유병율이 낮아 자가검사키트의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서울시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자가검사키트 도입방법과 적용대상 등 세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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