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A 결과에 국내 접종계획 영향…백신 스와프·러시아 백신 검토도
전문가 "AZ백신 수준 권고 예상…여전히 접종 이익이 더 커"
백신 접종 마친 항공업계 종사자들 '이상 반응 모니터링' |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오보람 기자 = 유럽의약품청(EMA)이 얀센(존슨앤드존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특이 혈전증'간의 관련 가능성을 인정함에 따라 국내 접종계획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앞서 EMA가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백신과 희귀 혈전증간 연관성을 인정하자 이 백신의 접종 대상을 만 30세 이상으로 제한한 바 있다.
정부는 EMA의 논의 결과에 더해 23일(현지시간) 나올 미국 보건당국의 검토 결과까지 충분히 검토한 뒤 전문가 자문과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를 거쳐 접종대상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 EMA, 얀센 백신과 '희귀 혈전증' 연관성 인정…700만명 접종 미국서 혈전 9건 발생
22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EMA는 얀센 백신 접종 뒤 보고된 희귀 혈전증 사례에 대한 검토 결과 '접종을 계속 권고한다'는 입장을 지난 20일 공식 발표했다.
EMA는 얀센 백신 접종이 혈소판 감소증을 동반한 매우 희귀한 혈전증 발생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접종으로 인한 이익이 부작용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얀센 백신의 제품 정보에 특이 혈전과 관련한 경고를 추가하고, 이와 관련한 사례를 백신의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포함시키도록 했다.
700만명 이상이 얀센 백신을 접종한 미국의 경우 이 같은 혈전증이 보고된 사례는 총 9건으로, 모두 48세 미만에서 발생했다.
"얀센 백신 위험보다 이익 크다"고 밝힌 유럽의약품청 |
얀센 백신에 대한 EMA의 이번 결론은 앞서 지난 7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해 내린 결론과 유사하다.
당시 EMA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희귀한 혈전증 간의 잠재적인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위험성을 상회한다면서 전체 성인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권고했었다.
◇ 얀센 백신 접종 대상자 조정 가능성…"AZ백신 수준 권고 예상"
EMA의 이번 검증·권고는 국내 얀센 백신 접종 일정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이 같은 특이 혈전증이 대부분 60세 미만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된 만큼 정부가 접종 대상을 재조정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도 EMA 발표 결과를 토대로 30세 미만을 접종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정부는 아직 국내에 얀센 백신이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EMA와 미국 보건당국의 결정을 검토한 뒤 접종 대상자를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기획팀장은 전날 백브리핑에서 "EMA와 FDA(미국 식품의약국)가 검토하고 조치하는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얀센 백신은) 아직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어 긴급하게 검토하기보다는 자료를 보고 전문가 자문회의의 검토와 예방접종전문위 심의를 받아 방침을 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혈전 논란' AZ 백신 접종 재개…30세 미만은 제외 |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EMA 권고에 따라 영국 수준(30세 이상)으로 접종 대상 범위를 최소화했듯이 얀센 백신도 마찬가지"라면서 "얀센 백신의 혈전 발생 빈도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0분의 1, 5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두 백신중에서는 얀센 백신이 더 많이 들어오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역시 "동일한 기전을 가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30세 미만에 대해 접종하지 않도록 한 것처럼 비슷한 수준의 권고가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접종 이익이 피해를 압도적으로 상회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고위험군 등을 대상으로 한 2분기 대상자에 대해서는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 정부, 백신 확보 총력…전문가 "러시아 백신 도입 가능성은 낮아"
이런 가운데 정부는 혈전 부작용과 백신 제조사의 공급 지연 등 각종 돌발 변수로 인해 백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나섰다.
특히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었던 모더나 백신의 상반기 도입이 어렵게 되자 일부라도 들여오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모더나를 비롯해 다른 백신의 상반기 공급 물량에 대해 계속 제약사들과 협상을 하는 중"이라며 "이를 통해 일부는 상반기에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코로나19 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한 추가 접종, 이른바 '부스터 샷' 논의와 관련해 "지금까지 확보한 만큼의 물량을 확보했다. 추가적으로 상당한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이어 "해당 물량은 아직 계약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표하기 어렵다"면서 "3·4분기에 추가적인 물량을 더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스푸트니크V 백신 (CG) |
정부는 아울러 미국에서 백신을 지원받은 뒤 나중에 갚는 '백신 스와프'도 추진하고 있다.
또 기존에 확보한 백신 5종 외에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각국의 검증 및 허가 현황도 주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당권 주자인 송영길 의원이 차례로 '플랜 B' 차원에서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 필요성을 제기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도 점검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손 반장은 "유럽의약품청(EMA)에서도 (스푸트니크V 백신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상세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외국의 허가 사항도 참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천 교수는 "스푸트니크V 백신도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처럼) 벡터(전달체) 기전을 이용한 백신"이라며 "접종 후 합병증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았고, 오히려 혈전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왜 생기지 않는지에 대한 답이 나오기 전에는 데이터를 믿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에서도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해 조사는 하고 있지만, (전달체 백신 플랫폼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어 도입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정 교수도 "스푸트니크V 백신은 다른 백신보다 데이터 공개가 더 불투명하다"며 "이미 자료가 공개된 다른 백신도 안전성 논란이 큰데 평가 자료 자체가 없는 스푸트니크V 백신을 검증해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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