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초청 77분 오찬
문 대통령 “국민 공감대 생각해야”
오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필요”
문 “멀쩡한 아파트 재건축하면 낭비”
이날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청와대로 초청한 문 대통령은 오찬 간담회에서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돼 있는 일은 가슴 아픈 일이고, 고령에 건강도 안 좋다고 해 안타깝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사면 관련 발언은 박 시장이 “전직 대통령은 ‘최고 시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마음이 아프다. 큰 통합을 위해 재고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오 시장도 오찬 후 브리핑에서 "저 역시 같은 건의를 드리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회견에서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발언과의 의미차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사면권을 절제해왔고 지금도 그런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내에선 “시기상조론을 재확인한 것 아니겠는가”란 해석이 나왔다.
다만 부산시청에서 별도 브리핑한 박 시장은 “사면 이야기를 먼저 꺼냈는데, 대통령께서 ‘충분히 제기할 만한 사안’이라고 답변했다”고 사뭇 다른 뉘앙스로 전했다. 박 시장은 “시간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오 시장과는 재건축 문제 등 부동산 정책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오 시장은 “안전진단 기준 강화가 재건축을 원천 봉쇄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며 “50년 된 아파트(여의도 시범아파트)를 가봤는데 생활이나 장사가 불가능한데도 주변 집값을 자극한다는 우려로 재건축을 막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에게 “현장을 한 번만 나가봐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쉽게 재건축을 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고,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할 수 있다. 그러면 낭비 아니냐”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론과 관련 “포기하긴 아직 이르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올해 도쿄올림픽에 불참하면 사실상 (공동유치가) 어려운 것이라고 봐야 한다”면서도 “북한이 막판에 도쿄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물 건너간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 대화 테이블이 만들어질 수 있으니 그렇게 되면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서울이 먼저 올림픽을 유치하고 이후 평양을 설득해 공동개최하는 것도 검토 가능한 방안인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해선 “상반기 1200만 명 플러스 알파에 대한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며 “11월 집단면역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수급보다 접종 속도를 강조하며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접종자를 선정하고 방역당국이 물량을 공급하는 식으로 접종시스템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을 두고 벌어진 보은인사 논란도 대화 테이블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남편이 야당 국회의원(정태옥 전 의원)이었고, (야당 의원이었던) 문병호 전 의원의 배우자가 대법관(민유숙)이 됐고, 김부겸 총리 후보자의 큰처남이 『반일 종족주의』 저자 중 한 명인 이영훈 교수”라며 “나는 그런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1시간 17분간 이어진 간담회는 문 대통령 요청으로 성사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선거는 민심이 표출되는 장이기 때문에 간담회도 문 대통령의 선거 결과에 대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철희 정무수석의 첫 작품”이란 평가도 나왔다. 문 대통령이 지자체장을 청와대로 초청한 건 2019년 2월 이후 2년 2개월여 만이다. 야당 소속 단체장만을 초청한 간담회는 처음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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