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매일경제 언론사 이미지

질주 본능 깨우는 강력한 심장박동 메르세데스-벤츠 AMG

매일경제 임성현,남기현,노현
원문보기

질주 본능 깨우는 강력한 심장박동 메르세데스-벤츠 AMG

서울맑음 / -3.9 °
매일경제신문 자동차팀(왼쪽부터 노현ㆍ남기현ㆍ임성현 기자)이 벤츠 SL 클래스를 타고 한데 뭉쳤다. SL 클래스는 벤츠가 자랑하는 AMG 엔진의 `최고 성능`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게 해줬다. 왼쪽부터 SL 63 AMG, SLS 63 AMG, SLK 55 AMG. <김재훈 기자>

매일경제신문 자동차팀(왼쪽부터 노현ㆍ남기현ㆍ임성현 기자)이 벤츠 SL 클래스를 타고 한데 뭉쳤다. SL 클래스는 벤츠가 자랑하는 AMG 엔진의 `최고 성능`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게 해줬다. 왼쪽부터 SL 63 AMG, SLS 63 AMG, SLK 55 AMG. <김재훈 기자>


▶▶SL 63 AMG / 하나 둘 셋…어느새 시속100㎞

주차장에 웅크리고 있는 녀석을 보니 미안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전날 악명 높은 서울의 출퇴근길 교통체증에 녀석을 시달리게 한 터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SL 63 AMG’. 특유의 질주 본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도로가 없는 서울에서 이 차를 운전한다는 건 대단한 사치다. 그나마 오늘은 사정이 좀 낫다. 오늘의 행선지는 성북동. 부일로와 서부간선도로, 내부순환로를 거쳐 정릉로를 달리는 코스다.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더 뉴 SL 63 AMG를 운전하면서 가장 황홀할 때는 차문을 여는 순간이다. 긴 보닛과 넓은 근육질의 후미로 이어지는 정통 로드스터의 황금비율에 스포티함과 우아함이 어우러진 외관도 외관이지만, 무엇보다 실내 디자인이 압권이다. 붉은색 가죽 시트가 주는 산뜻하면서도 호화로운 느낌에 계기반에 자리잡은 클래식한 디자인의 IWC 아날로그 시계와 뱅앤올룹슨 스피커 등 실내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했다. 비행기 제트 엔진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의 에어벤트도 눈길을 끈다. 실내 공간은 호화로울 뿐만 아니라 아늑하기도 하다. 몸에 착 달라붙는 시트는 마치 누워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준다. 한참을 앉아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잠시 뜸을 들이다 시동버튼을 누르자 무시무시한 시동음이 난다. 으르렁거리며 당장이라도 맹렬하게 뛰쳐나갈 기세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자 커다란 차체가 매끄럽게 미끄러진다. 일찍 출발한 덕분인지 생각만큼 길이 막히지 않는다. 성산대교를 넘어 드디어 내부순환로 진입. 살짝 가속페달을 밟으니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곧장 앞으로 뛰쳐나간다. 묵직한 배기음과 함께 등이 시트쪽으로 밀린다. 기분 좋은 가속감이다.

더 뉴 SL 63 AMG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단 4.3초. 가속페달을 밟으니 100m가 넘던 앞차와의 간격이 순식간에 좁혀진다. 핸들링의 반응성도 탁월하다. 이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출근길은 출근길. 이날 기록한 최고 속도는 시속 140㎞에 그쳤다. 못내 아쉽다.

더 뉴 SL 63 AMG는 배기량 5461㏄ 신형 V형 8기통 AMG 엔진에 7단 멀티클러치 변속기가 장착돼 있다. 최고 출력 537마력, 최대 토크 81.6㎏ㆍm의 강력한 주행능력으로 운전자에게 잊지 못할 드라이빙 경험을 선사한다. 퍼포먼스 패키지 선택 시에는 최고 출력은 27마력, 최대 토크는 11㎏ㆍm가 증가하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2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가격은 2억890만원.

▶▶SLS 63 AMG / ’날개 도어’ 첫인상부터 기선제압

이 녀석은 일단 길들이는 게 우선이다. 참을 수 없는 질주 본능을 조금씩 달래줘야만 꽉 막힌 서울 도심을 수월하게 빠져나올 수 있다. 자칫 고삐를 늦추면, 뒷일은 아무도 책임 못 진다.


1950년대를 풍미했던 전설적 스포츠카 300SL 혈통을 이어받은 벤츠 SLS AMG.

시동을 걸자마자 온 땅을 진동시키는 심장박동에 운전자까지 덩달아 몸이 달아오른다. 가속페달에 발을 대기가 무섭게 이 녀석은 무조건 앞으로 내달릴 기세다. 말 570마리가 끄는 것(마력)과 맞먹는 엄청난 힘을 주체하기 힘들다는 듯.

간신히 ’질주 본능’을 달래고 시속 30~40㎞로 움직일 땐 마치 전차를 탄 느낌이다. 우렁찬 엔진음, 작지만 육중한 무게감. 이 둘이 조화를 이루며 느리게 전진하는 모습이 마치 탱크를 연상케 한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가 아니라 머신(Machine)에 몸을 싣고 있는 건 아닌가? F1 경주에서나 볼 수 있는 바로 그 머신!"


도심 속에서 속도를 높여본다. 시속 50㎞, 60㎞, 70㎞….

서서히 전율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밟으면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지겠구나.’

운명과도 같은 시간이 임박했다. 지금은 한남대교, 조금만 있으면 고속도로다. 참을 수 없는 긴장감. 핸들을 두 손으로 꽉 쥐고, 눈도 지그시 감아본다. 이제 이 녀석, 실력을 발휘할 차례다.


정말 한순간이다. 단 한 번 가속페달을 꾹 밟았을 뿐인데 순식간에 시속 100㎞ 이상을 찍었다. SLS AMG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은 단 3.8초. 엄청난 폭발력에 가공할 스피드다. 최고 속도는 시속 317㎞(전자 제한 적용)다.

SLS AMG를 얘기하면서 그 유명한 ’걸윙’ 도어를 빼놓을 수 없다. 문이 위로 열린다. 차를 타고 내릴 때면 어김없이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쳐다볼 정도다. 양쪽 문을 모두 열면 날개를 활짝 편 우아한 갈매기 형상이 된다.

이 차엔 AMG V8 엔진을 새롭게 튜닝한 자연 흡기식 6.3ℓ V8 엔진이 탑재됐다. 가속페달 반응속도가 탁월해 고속뿐 아니라 중저속 구간에서도 엔진 회전력이 높다. 고속도로는 물론 도심 속에서도 ’최고 성능’을 만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벤츠 SL 시리즈 중 맏형답게 가격도 압도적이다. 부가가치세 포함해 2억8800만원.

▶▶SLK 55 AMG / 200㎞ 달리다가도 부드럽게 제동

계기반 속도계 중앙에 새겨진 시속 200㎞ 눈금. 최고 속도는 320㎞. 국산 중형차라면 각각 100㎞와 240㎞이 있어야 될 자리다. 속도계만으로도 일렁이던 질주 본능. 우렁차면서도 경쾌한 시동음에 애달프다. 참지 못하고 액셀레이터를 밟자 차는 단거리 육상선수처럼 스타팅블록을 박차고 튀어나간다.

피치를 올려 속도를 높이자 속도계가 단번에 시속 170㎞을 가리킨다. 아차. 속도감에 취해 주행모드 바꾸는 것을 잊었다.

C(Controled Efficiency) 모드에서 S(Sport) 모드로 전환. 시속 200㎞을 넘어서니 스티어링휠(핸들)과 액셀레이터에서 적당히 힘이 빠지며 훨씬 예민해진다. 액셀레이터에 얹은 발에 살짝 힘을 주자 곧바로 속도계가 춤을 춘다. 더 놀라운 건 제동이다. 시속 200㎞을 넘던 속도가 반쯤 힘을 뺀 브레이크에도 부드럽게 제동이 걸린다.

벤츠 로드스터의 얼굴인 SLK인 만큼 하드탑을 안 열어볼 수 없다. 거친 숨소리 한번 없이 쉴새없이 질주하던 AMG를 잠시 진정시키고 속도를 시속 20㎞로 줄였다.

은색 레버를 끝까지 당겨 천장을 다 열어 제쳤다. 본격적인 오픈에어링이다. 속도는 계속 올라가지만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것 외에는 큰 불편이 없다. 옆사람과의 대화에도 별 무리가 없다.

롤 오버 바에 부착된 ’에어가이드’가 비결이다. 차 안에 난기류를 발생시켜 실내로 유입되는 바람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외부소음도 줄여준다. 추운 겨울에도 문제가 없다. ’에어스카프’ 덕택에 좌석에 기댄 목 부근을 따뜻하게 덥혀준다. 주행속도에 따라 바람의 세기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단거리 질주에 최적화된 고성능 로드스터지만 진동과 소음이 작다보니 장거리 마라톤처럼 편안한 주행감도 가능하다. 스톱 앤드 고 기능을 보유한 에코 모드와 정속주행 등 엔진 과부하가 적을 때 8기통 중 4기통만을 작동시켜 연료 효율을 높이는 실린더 매니지먼트 시스템도 작동된다. 첨단 기술이 응축된 결과는 AMG답지 않게 제법 높은 연비(9.1㎞/ℓ)와 이산화탄소 배출량(195g/㎞)이다.

차량 내외부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만큼 차량 퍼포먼스에 올인했다는 자신감이다. 십자 모양의 에어컨 송풍구가 눈길을 잡아 끌고 메탈 소재와 검정 시트의 조화는 빈틈이 없다.

다만 고성능 차량임에도 진동, 소음 등 어느 것 하나 꿀리질 않으니 폭발적인 성능에 걸맞은 거친 매력이 다소 떨어진다.

[노현 기자 / 남기현 기자 / 임성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