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부동산 이익 위해 재건축하면 낭비 아니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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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시범아파트를 꼭 방문해달라.”(오세훈 서울시장)
“부동산 이익을 위해 재건축하면 낭비 아니냐.”(문재인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재건축 규제완화’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오 시장은 규제완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대통령에게 ‘직접 한 번 가보라’고 말했지만, 문 대통령은 집값 상승 우려를 표시하며 재건축 규제완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문 대통령과 오 시장은 21일 점심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 간담회를 했다. 취임 이후 처음 한 대통령 간담회에서 오 시장은 첫번째 의제로 ‘재건축 규제완화’를 언급했다. 오 시장은 오찬 뒤 서울시청에서 한 브리핑에서 “절박한 재건축을 필요로 하는 현장,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특정해서 꼭 방문해달라는 말씀을 드렸다”며 “현장을 가보고 심각성을 피부로 절감한 적이 있어서 대통령님께서도 현장에 방문해주십사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지금 중앙정부는 재건축을 억제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그 수단으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를 활용했다”며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임하시기 전이므로 국토부가 안전진단 문제를 풀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씀도 드렸다”고 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1971년 지어져 완공 50년이 지나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에 속한다.
앞서 서울시는 이날 오전 “현행 안전진단 기준은 주거환경·층간소음·설비노후도 같은 주민 실생활에 관련된 사항보다는 구조 안전성에 중점을 두면서 실제 안전진단 통과가 어렵도록 만든 부분이 있다”며 재건축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안전진단 기준 개선을 건의하는 공문을 국토교통부에 보냈다.
오 시장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원론적인 답변을 받았지만 서울시의 의지가 충분히 전달됐을 것으로 본다”며 “쉽지 않은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조만간 이부분에 대한 국토부의 입장 정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재건축 규제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입주자들이 쉽게 재건축을 할수 있게 하면 아파트 가격상승 부추길 수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 재건축을 하려고 할수 있다. 그러면 낭비 아니냐”고 지적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과 투기억제 공급확대까지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나 서울이 다를 게 없다”며 “국토부와 서울시가 더 협의하게 하고 필요하면 현장을 찾도록 시키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또 “공공재개발을 추진하지만 민간개발을 못하게 하는 게 아니다. 시장 조치만 담보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말해, 오 시장이 선거과정에서 공공재개발보다 민간주도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한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를 내건 오 시장이 당선된 이후, 재건축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오 시장이 언급한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준공 51년차 아파트로 전용 156㎡가 한 달 반 만에 2억원이 오른 29억8000만원에 매매됐다. 전용 79㎡도 지난달 18억2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편, 이날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완화’ 공문을 접수한 국토부 역시 “아파트 시장 불안 방지”가 원칙이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8년에 재건축 안전진단 지표를 강화한 것은,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해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지 말라는 취지”라며 “국토부 입장은 구조 안전에 문제가 있는 아파트를 재건축하는게 원칙이고 시장불안을 방지하는 범위내에서 서울시 건의 사항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이완 김양진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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