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장관이 대신 참석…국제무대 첫 참석 흘라잉 최고사령관에 쓴소리 부담?
약 4년 전 악수하는 민 아웅 흘라잉(왼쪽)과 쁘라윳 짠오차 총리 |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악화하는 미얀마 쿠데타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20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쁘라윳 총리는 이날 내각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은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 가지 않는다면서, 돈 쁘라뭇위나이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대신 참석한다고 말했다.
쁘라윳 총리는 "다른 아세안 국가들도 외교부 장관을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불참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태국 외교부는 오는 24일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미얀마 군사정권 최고 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참석한다고 17일 발표한 바 있다.
다만 미얀마 군사정부는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 확인하지 않은 상태다.
쁘라윳 총리가 불참하는 배경에는 그와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밀접한 관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무자비한 유혈 진압의 배후인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쿠데타 이후 처음 국제무대 등장인 만큼, 유혈 사태에 비판적이었던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정상들이 쓴소리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쁘라윳 총리가 국제사회 분위기와 다르게 미얀마 편을 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신에게 호의를 보여 온 흘라잉 최고사령관 면전에서 쓴소리하기도 쉽지 않아 아예 불참을 결정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쿠데타를 일으킨 뒤부터 두 사람이 함께 주목받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쁘라윳 총리는 지난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2월1일 쿠데타를 일으킨 뒤 며칠 만에 쁘라윳 총리에게 친서를 보내고 이해를 구했다.
현재까지 흘라잉 최고사령관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해외 정상은 쁘라윳 총리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쁘라윳 총리는 당시 이 내용을 공개하며 "양국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태국 정부가 반군에 보급로가 막힌 국경 인근 미얀마군에 쌀 700포대 지원을 지시했다거나, 미얀마군 공습으로 태국 국경을 넘어 온 카렌족 난민을 다시 돌려보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물론 태국 정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양 국 쿠데타 출신 지도자 간 긴밀한 관계에서 비롯된 의혹 제기라는 시각이 많다.
일부 동남아 전문가는 '쿠데타 이후 군부에 유리한 선거제도 구축을 통한 재집권'이라는 쁘라윳 총리의 선례를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따르려 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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