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단단히 맞불을 놓았다. 주택공급부터 전세대책, 세금까지 이번 정부의 부동산대책 전반에 걸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타들어 가고 있는 곳의 맞은 편에 일부러 불을 놓아 거센 불길을 잡듯 오세훈 서울시장이 놓은 맞불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다섯편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흑묘백묘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의미다. 주택공급 역시 마찬가지다. 민간주도든 공공주도든 중요치 않다. 결국 집값만 잡으면 된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지만 두 해법 모두 현재 상황에서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확인했듯 2030 젊은 세대는 물론이고 중장년층까지 집값 잡기에 실패한 현 정부에 대부분 등을 돌렸다. 이 때문에 뒤늦게 공공주도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기대와 신뢰도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대신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세운 '스피드 주택공급'에 힘을 실었다. 오 시장은 주택관련 조직을 확대개편하는 등 주택공급에 앞서 조직과 인사를 빠르게 정비하고 있다.
오 시장의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는 점은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벌써부터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시각과 중장기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선 재건축 단지의 단기급등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충돌하고 있다. 오 시장의 '스피드 주택공급'도 궤도 수정이 이뤄지는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삽화=유상연 기자 prtsy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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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공급' 다른 '해법'…오 시장에 쏠린 시선
정부도 오세훈 서울시장도 현재 부동산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집값 안정이다. 이를 위해 양측 모두 '신속한 주택공급'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주 퇴임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2·4대책을 통해 앞으로 5년간 서울 도심에 30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가 신속한 공급을 위해 내세운 것은 '공공주도' 개발이다. 공공이 개입해 인허가 절차 등을 단축하는 동시에 인센티브를 줘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앞서 지난해 발표했던 공공재개발·재건축 역시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공공이 개입해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 역시 이같은 공공주도의 주택공급 정책을 이어갈 전망이다.
반면 오세훈 시장은 그동안 정부가 각종 규제로 막아 놨던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풀어 18만5000가구를 공급하는 등 민간 주도의 '스피드 주택공급'을 내세우고 있다. 서울시 용적률 규제완화와 한강변 아파트35층 규제 폐지 역시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높여 속도를 높이는 유인책이기도 하다.
시장에선 오 시장의 민간주도 공급에 더욱 기대를 모으는 분위기다. 국토부도 이를 의식한 듯 최근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에 1+1주택 공급을 허용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더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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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든 '집값만 잡아라'…재건축 급등, 걸림돌
이처럼 방법론에선 극명한 차이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두 가지 방향 모두 틀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한 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를 보면 서울 중심부나 강남권보다는 외곽에 위치한 곳들이 많다. 그동안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추진이 어려웠던 곳들은 공공개발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되 민간에서 할 수 있는 곳들은 터줘야 한다는 것이 상당 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관련기사:[집잇슈]강남은 민간주도, 강북은 공공 정비사업이 대세? (4월16일)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공주도냐 민간주도냐는 따지고보면 중첩되지 않는다"며 "민간에서 할 수 있는 곳들은 하게 하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주변지의 경우 정부 인센티브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LH사태 이후 공공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고 이에 대한 책임으로 2.4대책을 설계했던 변창흠 장관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1, 2차 후보지까지 선정하는 등 비교적 관심을 끌고 있는 공공재개발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공공개발 사업의 추진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수장이 바뀌었고 내년 대선까지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사업이 속도감있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반면 오랫동안 짓눌린 재건축 단지들에선 오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키우고 있다. 강남, 송파, 여의도 등 한강변은 물론이고 상계, 목동 등에서도 재건축 추진 및 이로 인한 대규모 공급 가능성에 기대를 품고 있다.
다만 이같은 기대감이 재건축발 집값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은 변수가 되고 있다. 오 시장도 '집값만 올렸다'는 부담감에 자유로울 수 없다. 오 시장이 "신중하지만 신속한 공급"을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관련기사: 오세훈 시장님 '여의도·용산 통개발 후폭풍' 잊지마세요(4월13일)
이창무 교수는 "단기적인 가격상승을 견디지 못해 계속 (재건축을)억제하면 지난 4년간 아무것도 못한 문재인 정부의 상황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초기 가격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장기적으로 주택가격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이 당장 손댈 수 있는 규제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기대감이 점차 줄어들고 자연스레 속도조절 또한 이뤄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근본적으로 (서울시장이 풀수 없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로 인해 사업속도를 높이기 어렵다"면서 "당장 풀기 어려운 규제들이 많아 속도조절이 이뤄질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집값도 마냥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여러 변수들이 도사리는 상황에서 집값의 승기를 누가 잡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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