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홍콩 정부 못 믿어"…코로나19 추적 앱도 기피
(홍콩 AP=연합뉴스) 지난 6일 홍콩의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충분히 확보했음에도 낮은 접종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월 26일 우선 접종자를 대상으로 접종을 개시한 홍콩 정부는 접종률이 저조하자 곧 30세 이상으로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현재 백신 접종률은 8.2%에 그친다. 홍콩이 '트래블 버블'(여행자 격리 조치 면제)을 추진하는 싱가포르의 접종률 19.8%에 비해서도 한참 뒤진다.
이에 정부는 15일 접종 연령을 16세까지 낮춘다고 발표했다. 모든 성인과 16세 이상 청소년도 맞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구 750만명의 홍콩은 지난해 일찌감치 인구 대비 3배 분량의 백신 수급 계약을 맺었다.
관광과 교역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홍콩은 올 연말까지 인구 70%의 집단 면역을 달성해 하루빨리 국경을 개방하고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민들은 현재 시노백과 바이오엔테크 백신 중 하나를 선택해서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홍콩인들은 접종을 기피하고 있다. 2019년 반정부 시위 후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데다, 백신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홍콩 언론의 분석이다.
젊은층의 경우는 상당수가 식당 등을 방문할 때 의무화된 코로나19 추적 QR코드 앱도 깔지 않고 종이에 자신의 연락처를 수기로 적어낸다.
30대 홍콩인 A씨는 17일 "백신을 안 맞을 생각이다. 정부를 못 믿겠다"며 "내 주변에서는 아무도 안 맞는다"며 "코로나19 앱도 아무도 안 깔았다"고 말했다.
홍콩 주재 한국 기업들에 문의해도 이러한 경향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홍콩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50대 한국인 B씨는 "나와 아내는 백신 접종을 했다"며 "그러나 우리 회사 홍콩인 직원들은 맞기를 주저하고 있다. 대체로 홍콩인들은 백신을 맞지 않으려는 분위기인 같다"고 전했다.
또다른 한국인 기업 관계자 C씨도 "한국인 직원들은 다 백신을 맞는 분위기지만 홍콩인 직원들은 주저하고 있다"며 "특히 젊은 층일수록 백신을 안 맞으려 한다. 대체로 정부를 못 믿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까닭에 백신 예약은 쉽게 이뤄지고 있다. 외국인과 업무 등을 이유로 외국에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주로 백신을 맞는다.
홍콩 정부는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백신 접종자에 한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정책에 대한 계획을 최근 밝혔다.
이른바 '백신 버블'로 종업원들이 백신 접종을 마쳤을 경우 영업 제한 시간을 풀어주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홍콩 평등 감시단체 '평등기회위원회'(EOC)는 정부의 이러한 계획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차별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OC는 정부의 계획이 공개되자 시민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계획은 사회를 분열시킬 뿐이며 아무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요식업계 두 노조는 접종을 거부할 경우 해고되는 것이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백신 접종에 따른 후유증은 의료보험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중 한 노조 위원장은 15일 홍콩 매체 명보에 "가장 많은 이를 고용하는 고용주인 정부는 모든 공무원에게 접종을 요구할 것인가? 정부도 그러지 않으면서 작은 업체 사장인 내가 어떻게 직원들에게 접종을 명령할 수 있겠는가?"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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