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지(20,비씨카드)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 오랜 기간 태권도와 발레를 했다. 13살에 우연히 아버지를 따라간 골프 연습장에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김희지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조금은 늦은 나이에 골프를 시작했지만, 골프에 대한 재능을 발견하고 KLPGA 입회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렸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상비군과 국가대표 경력은 없었지만, 필리핀에서 열린 ‘필리핀 아마추어 오픈 챔피언십’에서 준수한 성적을 기록해 장학생으로 선정되는 등 꾸준히 자신의 실력을 닦아온 은둔의 기대주였다.
각고의 노력 끝에 김희지는 지난해 5월 열린 ‘KLPGA 2020 제1차 준회원 선발전’을 통해 KLPGA 준회원으로 입회하는 데 성공했다. 준회원 입회 이후 ‘KLPGA 2020 그랜드-삼대인 점프투어’ 1차 대회(1-4차전)에 출전해 1차전 준우승, 4차전 우승을 차지한 김희지는 그해 6월에 정회원으로 승격되는 기쁨을 맛봤다.
사진=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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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투어로 무대를 옮긴 김희지는 새로운 무대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는 것처럼 보였지만, 7월 열린 ‘KLPGA 2020 군산CC 드림투어 10차전’에서 5위를 기록하더니 이후 8월에 열린 ‘KLPGA 2020 WEST OCEAN CC 드림투어 12차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곧이어 열린 ‘KLPGA 2020 한세-휘닉스CC 드림투어 13차전’에서도 4위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 김희지는 상금순위 13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지만, 이후 대회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상금순위는 19위까지 밀려났다. 정규투어 시드권이 걸린 20위 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즌을 보내온 김희지에게 남은 대회는 단 하나, ‘KLPGA 드림투어 왕중왕전’ 뿐이었다.
결연한 의지로 마지막 대회에 출전한 김희지는 1라운드 첫 홀에서 더블 보기를 기록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이후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 공동 18위로 2라운드를 맞았다. 2라운드에서 김희지는 신들린 샷과 퍼트를 앞세워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6개를 낚아채는 데 성공하면서 중간합계 4언더파 140타 공동 선두로 단숨에 뛰어올라 시즌 2승과 함께 정규투어 입성 티켓을 확정 지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냈다.
하지만 최종라운드에서 김희지는 긴장감과 부담감 탓에 2라운드까지 쌓았던 스코어를 모두 잃고 최종합계 1오버파 217타(73-67-77) 공동 11위로 경기를 마쳤다. 시즌 2승을 눈앞에서 놓치며 아쉬움의 눈물을 삼켜야 했지만, 김희지는 2020시즌 드림투어 최종 상금순위 20위에 자리하면서 정규투어 입성 티켓의 마지막 주인공이 되는 데에는 성공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김희지는 “1, 2라운드에서는 내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는데,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경험이 없어서인지 선두에 대한 부담감과 걱정이 생각보다 컸다. 더 많이 준비했는데도 긴장감이 없어지지 않아서 내 플레이가 안 됐고, 아쉬운 실수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상금순위 20위 안에 못 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거의 포기하기 직전까지 갔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희지는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고, 상금순위를 확인하려고 하는데 친구인 (서)어진이가 상금순위 20위라고 말해주면서 울더라. 너무 기뻐서 그 자리에서 나도 아버지와 함께 울었다. 경기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목표로 했던 정규투어 입성에 성공했다는 사실에 기쁨이 더 컸던 것 같다.”라고 말하며 당시의 감정을 다시 느끼는 듯했다.
김희지는 겨울 동안 대전과 용인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정규투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샷 감각을 정교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고, 체력적인 부분도 신경을 많이 썼다. 김희지는 “사실 근력 운동을 따로 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스쿼트, 데드리프트 등 웨이트를 하면서 파워를 늘렸다. 덕분에 힘이 많이 생겨서 지난해보다 거리가 조금 더 늘었다.”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추운 겨울에도 훈련에 매진한 김희지의 노력은 정규투어 데뷔 첫 대회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부터 빛을 발했다. 초속 7m 이상의 강풍과 더불어 딱딱한 그린 때문에 경험 많고 노련한 선수들도 1라운드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김희지는 묵묵히 자신의 플레이를 이어 나갔다. 1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 공동 14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만든 김희지는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2개를 낚아 중간합계 1언더파 143타, 공동 5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며 골프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2라운드까지 매 대회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최혜진(22,롯데)과 어깨를 나란히 한 김희지는 3라운드와 최종라운드에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종합계 6오버파 294타(73-70-76-75)로 경기를 마치며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 출전한 24명의 루키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으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김희지는 “사실 예전부터 내 목표인 정규투어에 맞는 연습을 해와서 그런지 적응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라고 입을 열며 “2년 전에 아마추어로 이 대회에 나왔었는데, 준비가 잘 안 되어 있어서 힘들게 경기했던 기억이 있었고, 연습라운드를 돌면서 어렵다는 생각에 걱정하면서 1라운드에 들어갔다. 1차 목표를 컷 통과로 삼고 잘하고 있었는데, 3, 4라운드에 큰 실수들이 나오면서 타수를 쉽게 잃어 만족스럽기보단 아쉬웠다. 그래도 어떤 것을 연습하고 보완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하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올 시즌 김희지의 목표는 신인상과 1승, 그리고 톱텐 5회를 기록하는 것이다. “다소 큰 목표들이지만, 발전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루키답게 패기 있는 플레이를 보여드리고 싶다. 겁먹지 않고 당당한 모습으로 플레이하는 김희지의 모습을 많이 기대해 달라.”라는 당찬 각오를 덧붙였다. chanyu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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