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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 시민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른 소수민족 의사, 사사 박사 [시스루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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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시스루 피플]은 ‘See the world Through People’의 줄임말로, 인물을 통해 국제뉴스를 전하는 경향신문의 새 코너명입니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난 2월1일, 사사 박사는 고향을 떠나 수도 네피도에 머물고 있었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면담 후 내각에 입성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승리에 기여했다. 그러나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켰고 상당수 정치 지도자는 체포되거나 연금됐다. 사사 박사는 택시기사로 위장해 네피도를 간신히 빠져나왔다.

사사 박사는 이후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을 상징하는 정치 지도자가 됐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선출된 의원들로 구성된 시민 임시정부 격인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는 사사 박사를 국제사절로 임명했다. 로이터통신은 “그때부터 사사는 미얀마 ‘봄의 혁명’의 얼굴이자, 군부에 저항하는 핵심 인사가 됐다”고 평했다. 군부는 사사 박사를 반역죄로 기소하고 수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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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14일 만달레이 거리에서 사사 박사의 가면을 쓰고 오토바이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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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시위를 이끌고 있는 미얀마 젊은이들의 사사 박사에 대한 신뢰는 두텁다. 14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는 군부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행진했다. 시위대는 하나 같이 사사 박사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담긴 가면을 쓰고 있었다. CRPH에서 사사 박사는 국제사회에 미얀마 민주진영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미얀마 내 다양한 소수민족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매일 수차례 화상회의를 진행하는데, 회의를 마칠때마다 활짝 웃으며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그의 모습은 하나의 상징이 됐다. 이날 만달레이 시민들은 트위터에 사사 박사의 가면을 쓴 채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사진을 올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지도자와 함께”, “우리는 사사의 복제인간” 등의 글을 올렸다.

사사 박사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는 사회 운동가이자 의사로 일했다. 그는 인도를 맞대고 있는 미얀마 북서부 국경지역인 친주에서 태어났다. 소수민족인 친족 출신 기독교도였던 그는 불교도 버마족이 다수를 차지하는 미얀마 사회에서 박해의 대상이 됐다. 그의 가족 구성원 중에도 군대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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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시민 임시정부(CRPH)의 국제사절로 임명된 사사 박사(윗줄 가운데)가 지난달 24일 소수민족 로힝야족 지도자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한 후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사사 박사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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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에 위치한 그의 고향 마을은 정부가 관리하는 공식기록이 없고, 주민들의 문맹률도 높았다. 사사 박사 역시 자신이 1980년대 출생한 것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생년월일을 모른다. 이렇다 할 의료기관이 없어 경증의 병으로도 목숨을 잃는 마을 사람들을 지켜보며 그는 의사를 꿈꿨다. 마을 사람들이 모은 소와 염소로 돈을 마련해 인도와 아르메니아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마을로 돌아와 지역 최초의 의료시설을 세웠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이 시설을 후원하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소수민족 출신인 사사 박사에게서 변화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 군부는 135개 민족이 살고 있는 미얀마를 오랜기간 동안 분리통치해왔다. 특히 군부는 2017년 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공격해 73만명을 난민으로 전락시켰다. 당시 집권 중이던 아웅산 수지 고문과 NLD는 군부를 비난하기는 커녕 옹호했다. 하지만 사사 박사는 지난달 24일 로힝야족 지도자들과 화상회의를 통해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그는 “우리의 로힝야 형제 자매들을 위해 정의를 돌려줄 것”이라며 “군부에게 죄값을 물을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미얀마 투데이’를 통해 미얀마 소식을 전하는 미얀마어 통번역가 최진배씨는 “버마족 중심의 CRPH는 소수민족이 모두 참여하는 연방정부를 구상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화합을 하기 위해서는 소수민족 출신인 사사 박사가 역할을 맡는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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