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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하이킥에 규제 완화 '제동'…오세훈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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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권 견제 표면화…전문가들 "속도 조절 불가피"

연합뉴스

'뜨거운 감자' 재건축, 어떻게 요리할까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취임 즉시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뜨거운 감자'인 재건축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칫 한순간에 자신을 시장으로 밀어 올린 '부동산 민심'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탕진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 시장은 서울 집값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자신의 공약인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집값 안정과 재건축 규제 완화는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는 '두 마리 토끼'인데 이걸 동시에 포획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 재건축 급등세에 '돌다리 두드리기'

오 시장은 지난 13일 MBN 방송에 출연해 재건축 속도와 관련 "사실 '1주일 내 시동을 걸겠다'고 한 말은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했다.

그는 "도시계획위원회 개최나 시의회 조례 개정이 되려면 한두 달, 두세 달 걸리는 일"이라며 "요즘 일부 지역에서 거래가 과열되는 현상도 나타나서 신속하지만 신중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절차에 시간이 필요한데다 재건축 아파트의 최근 가격 급등세를 감안할 때 급하게 사업을 밀어붙이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읽히지만 선거 유세 과정에서 줄곧 강조한 '스피드 공급'과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 시장의 언급처럼 35층 층고 제한이나 용적률 규제를 풀려면 도시계획위원회나 시 조례를 개정해야 하는데 도시계획위원회의 인적 구성은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쪽에 가까운데다 서울시 의회는 여당이 압도적이다.

오 시장이 서두른다고 일이 술술 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른바 '오세훈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최근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 급등도 큰 부담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의 전용면적 99.38㎡(10층) 아파트는 이달 1일 28억원에 매매돼 작년 11월의 26억원(8층)에 비해 2억원이 뛰었다.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를 앞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2차 전용면적 160.28㎡는 지난 5일 54억3천만원(8층)에 팔렸다. 같은 면적이 지난해 12월 7일 42억5천만원(4층)에 매매된 것과 비교해 무려 11억8천만원이 치솟았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7단지 전용 79.07㎡는 지난달 15일 12억4천만원(13층)에 거래돼 지난해 9월 10억4천500만원(4층)보다 2억원 가까이 올랐다.

◇ 거세지는 정부·여당·시의회의 견제

이처럼 서울 도심 재건축 단지의 집값이 불안하게 움직이자 정부와 여당, 서울시 의회가 동시에 출격해 오 시장을 견제했다.

김수상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14일 브리핑에서 "보궐선거 전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서울의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관계기관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개발 기대감을 부추기지 말라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홍영표 의원은 "한강 변에 60∼70층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게 하는 것이 부동산 가격안정에 도움이 될지는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여당인 김인호 서울시 의회 의장도 KBS1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35층 높이 규제를 풀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다면 그건 옳은 부동산 정책이 아니다"라면서 "35층 규제 완화가 시장 전결 사항이긴 하지만 시의회 의견 청취가 의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오 시장의 우군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지난 13일 M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강남구청장으로서 볼 때 오 시장의 규제 완화 방침은 일단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집값 상승을 우려해 재건축 속도를 조절해왔다"며 "집값 억제도 좋지만, 주민 주거복지 해결을 위해서도 재건축을 서둘러야 하고, 아파트 층고를 일률적으로 35층 이하로 못 박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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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기대감에 급등세 탄 재건축 시장



◇ 집값 안정·재건축 추진, 동시에 가능할까

오 시장의 어깨는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자신의 공약인 18만5천호의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은 집값 안정을 위한 대책이지만 까딱 잘못되면 서울 집값을 활화산으로 만들 수 있는 폭발력이 있다.

이렇게 되면 오 시장에게 압도적인 표를 몰아준 재건축 단지의 민심은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집값 급등으로 주거 사다리가 끊긴 데 대한 분노로 오 시장을 지지한 무주택 서민이나 2030 젊은층은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은 지난 12일 부동산 분야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신중하고 신속한 주택공급을 주문하면서도 개발 기대감으로 집값이 과열되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상승 억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효과를 의문시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의 한강 변 재건축 단지의 가격 급등세는 오 시장이 모든 규제를 풀어줄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감에 편승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35층 층높이 제한은 오 시장이 풀 수 있을지 몰라도 재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초과이익 환수제, 용적률, 안전진단, 분양가 상한제 등은 법이나 시 조례를 바꿔야 하는 문제여서 재건축이 앞으로 나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의 재건축 단지 가격 급등세는 규제 완화와 재산세 동결 기대감으로 다주택자 등의 양도세 중과(6월 1일 시행)를 의식한 매물은 자취를 감춘 반면 개발 차익을 노린 매수세는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안정세를 타던 서울 집값을 다시 흔들 수 있는 "매우 심각하고 위중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큰 틀에서는 오 시장이 공약한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이 맞지만, 궤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강 변 재건축을 서두를 게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주도의 도심 재개발·재건축에서 민간의 영역을 확보하는 한편 강남보다는 강북부터 부작용을 줄여가면서 재건축 매듭을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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