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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정인이 양모 "발로 밟은 적 없다"면서 사형 구형에 '눈물 사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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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에는 징역 7년 6개월…"생명 침해 용납 안돼"
중형 구형에 양부모 울음…"죽을 죄 지었다" 호소
한국일보

'정인이 사건(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사망 사건)' 공판이 열린 지난달 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한 시민이 정인이 초상화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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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모에게 검찰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학대에 동조한 양부에게도 징역 7년 6개월의 중형을 구형했다.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 심리로 열린 '정인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살인 및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모(34·구속)씨에게 사형과 함께 아동기관 취업제한 명령 10년, 전자장치 부착 명령 30년, 보호관찰 명령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이미 심각한 폭행으로 복부 손상을 입은 피해자의 배를 사망 당일 또다시 강하게 밟아 치명상을 가했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36·불구속)씨에 대해선 징역 7년 6개월 및 아동기관 취업제한 명령 10년 선고를 요청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보내는 무언의 구조 요청을 방관해 죽음으로 몰고 나서는 장씨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에는 검찰 의뢰로 부검 결과를 재감정한 법의학자 이정빈 가천의대 석좌교수가 증인으로 출석, 사망 당일 장씨가 정인이 배를 2차례 이상 밟아 장간막이 손상된 것이 사인이라는 소견을 재확인했다. 검찰은 휴대폰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두 피고인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정인이가 일상적인 학대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지난해 3월 대화에서 장씨는 '오늘 온종일 신경질. 사과 하나 줬어. 폭력은 안 썼다'고 했고, 다른 대화에선 '지금도 안 처먹네'라는 장씨의 문자에 안씨가 '온종일 굶겨보라'며 학대를 종용하는 답을 했다.

장씨는 피고인 심문에서 학대와 폭행은 시인하면서도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그는 "아이를 발로 밟거나 던진 적이 없다"며 "다만 주먹이 아니라 손바닥으로 복부를 여러 번 세게 때린 적은 있다"고 말했다. 또 "내가 때린 것은 맞지만 (아이가) 심각한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고의적 살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도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이 발로 정인이를 밟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단순폭행에 따른 손상이 누적돼 췌장이 끊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다만 두 피고인은 검찰 구형을 들은 뒤 눈물을 흘리며 사죄했다. 장씨는 "상상하기 힘든 일을 저질렀고 아이가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을지 감히 상상할 수 없다"며 "용서받을 자격도 없고 진심으로 죄송하다.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안씨도 "아내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 못하고 아이를 지키지 못한 나쁜 아빠였다"고 반성했다. 다만 "평생 감옥에서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화장실까지 따라오는 첫째(정인이 언니)를 보자니 마음이 무겁다"며 선처를 구하기도 했다.
한국일보

'정인이 사건(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사망 사건)' 결심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입구에서 시민들이 양모가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호송차를 향해 손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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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법원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모여든 50여 명의 시민들이 '살인자 양모 무조건 사형' '정인이 몸이 살인의 증거다'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엄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개정 직전 양모가 탑승한 호송차가 법원에 들어설 때는 경찰이 호송차 접근을 막으려 설치한 펜스가 무너지며 시민들이 엉켜 넘어지는 소동도 있었다. 선고공판은 다음 달 14일 열릴 예정이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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