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의 양부 안모씨가 지난 1월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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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6개월 된 입양아가 양부모의 학대 끝에 사망한 '정인이' 사건에서 양부인 안모씨가 양모 장모씨의 학대를 부추기거나 가담한 정황이 법원에서 공개됐다. 장씨는 살인 및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안씨는 아동학대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된 장씨와 달리 안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 심리로 열린 장씨와 안씨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들의 휴대폰 디지털포렌식 결과를 공개했다. 검찰이 복원한 카카오톡 메시지 안에는 안씨가 장씨의 학대를 부추긴 정황이 남아 있었다.
지난해 3월께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장씨: '오늘 온종일 신경질. 사과 하나 줬어. 폭력은 안 썼다'
안씨: '짜증이 느는 것 같아'
정인이를 귀찮게 여기는 정황이 담긴 문자메시지도 나왔다.
장씨: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안아주면 안 운다'
안씨: '귀찮은 X'
정인이가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장씨의 말에 안씨는 굶기라는 답장을 하기도 했다.
장씨: '지금도 안 처먹네'
안씨: '온종일 굶겨보라'
정인이가 콧물을 흘리는데도 두 사람은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가거나 약을 먹이지 않았다. 장씨 본인만 약을 먹겠다고 말한 문자 메시지도 있다.
장씨: '얜(정인이) 기침도 장난 같아 그냥 두려고, 나는 머리 아파서 약 먹으려고'
안씨: '약 안 먹고 키우면 좋지, 자기는 먹고 자요'
특히, 정인이가 사망한 당일인 지난해 10월 13일 장씨와 안씨는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을 번거롭다는 투로 대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 '병원에 데려가 형식적으로'
안씨: '그게 좋을 것 같다, 번거롭겠지만'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3차 공판이 열린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 양부모의 사형을 촉구하는 손팻말이 놓여져 있다. 김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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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가 세상을 떠난 다음 날에는 장씨와안씨는 친딸을 데리고 놀이터에서 놀거나, 이웃과 어묵 공동구매를 논의하는 등 태연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들은 당시 지인에게 '부검 때문에 문제없게 기도 부탁드린다', '하나님이 천사 하나가 더 필요하셨나 보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검찰의 이같은 주장에 양부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정인이에게 애정을 갖고 있었다"고 맞섰다. 장씨의 육아일기가 애정의 증거라는 주장이다.
장씨의 육아일기에는 '1월 13일 둘째가 너무 예쁘게 웃어줘서 감사하다', '3월 6일 이유식을 잘 먹어 감사하다', '9월 9일 예쁜 두 딸이 사랑스러워 감사하다', '10월 5일 아이에게는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는 나를 칭찬한다' 등의 내용이 쓰여 있다.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 피부가 검게 보이는 사진이 공개돼 학내 의혹이 발생한 데 대해 변호인은 "휴가 중 선탠"의 영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검찰은 장씨의 살인 및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에 대해서는 사형을, 안씨의 아동학대 등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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