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항원검사서 '위음성' 나온 환자, 지역사회 전파할 가능성
진단검사의학회 이어 서울대병원서도 분석 결과 "민감도 낮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자 의료계 안팎에서는 자가진단의 정확도를 지적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특히 자가진단키트로 활용되는 신속항원검사는 코로나19에 감염이 된 상태에서도 ‘가짜 음성(위음성)’이 나올 확률이 높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위음성 결과를 믿은 채 일상생활을 이어갈 경우 지역사회에 감염병을 퍼뜨리게 될 뿐만 아니라 환자도 치료 시기를 놓칠 위험이 크다.
◇ 신속항원검사, 민감도 낮아 코로나19 감염 배제 어려워
대개 코로나19 자가진단검사는 신속항원진단키트를 활용해 진행된다. 단 아직 국내에서 자가진단용으로 승인받은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없다.
국내에서 승인받은 신속항원검사는 자가진단이 아니라 의료진이 사용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대개 진단을 보조하는 '선별용'으로 쓰인다. 표준 검사법인 '비인두 도말 PCR(유전자증폭)'보다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경우 비인두도말 PCR을 통해 추가 검사를 거쳐 확진으로 판정하는 식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신속항원검사의 낮은 민감도를 한계로 지적한다. 진단검사의 민감도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양성 환자를 양성으로 진단하는 정도로, 민감도가 낮으면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도 음성으로 진단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코로나19 검체 80개(양성 380개, 음성 300개)로 신속항원검사의 진단능력을 분석한 결과 민감도는 29%, 특이도는 100%였다.
최근 대한의학회지(JKMS)에 공개된 서울대병원 연구 결과도 유사하다. 입원 전 환자 9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는 17.5%, 특이도는 100%였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결과가 나온 것만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아니라고 배제하긴 어렵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음성' 결과 믿었다가 지역사회 전파···"방역 도움 안 돼"
의료계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한 코로나19 자가진단을 우려하는 이유는 '위음성', '위양성' 가능성 때문이다. 특히 검사의 민감도가 낮으면 코로나19 양성 환자를 음성으로 진단할 확률이 있어 방역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자가진단검사를 실시해 '음성' 결과를 확인했을 경우, 이 환자는 해당 결과만 믿고 가벼운 감기나 몸살로 여겨 지역사회 활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 유행이 확산할 수 있고, 환자 본인은 중증으로 진행될 때까지 감염 여부를 알지 못한 채 치료 적기를 놓칠 수 있다. 자가진단에서 양성이 나올 경우에도 결국 PCR 검사를 다시 시행해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백 교수는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를 50%, 특이도를 99% 가정해 국내 유병률이 0.2%인 상황에서 10만 명을 검사하면 환자 200명 중 100명을 '위음성'으로 놓친다"며 "조기진단과 조기 격리가 안 돼 방역에 도움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가 가정한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 50%는 서울대병원과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분석한 것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는 "(이때) 거의 1,000 명에 육박하는 사람이 위양성으로 나올 수 있다"며 "위음성과 위양성 사례를 어떻게 할지 대책이 없으면 혼란만 야기하고, 실제 현장에서 도움이 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자가진단 도입하기엔 유병률 낮아···국내 누적 양성률 1.35%
전문가들은 진단키트 개발 업체가 임상시험에서 유증상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확인한 진단검사의 민감도가 99%라고 해도 한계는 여전하다고 본다. 방역에서 중요한 건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실제 감염자일 확률을 의미하는 '양성 예측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양성 예측도는 유병률이 높은 집단일수록 올라간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가이드라인도 신속항원검사는 PCR 검사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검사의 양성률이 10% 이상으로 오를 때 유증상자만을 대상으로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12일 기준 검사건수 대비 확진자를 계산한 양성률은 2.52%(2만3,251명 중 587명)이며 이날 0시 기준 누적 양성률은 1.35%(815만2,783명 중 11만146명)다. 이런 유병률에서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모두 99%에 달하는 우수한 신속항원검사라고 하더라도 양성 예측도가 절반으로 떨어진다.
익명을 요구한 공중보건 전문가는 "무작위로 증상이 없는 일반인 두 명에게서 '양성' 판정이 나온다고 했을 때 둘 중 한 명만 실제 감염자일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일부 신속항원검사에서 80∼90%의 높은 민감도 및 특이도를 보고한 것은 바이러스양이 많은 유증상자나 중증 환자 위주로 검사했기 때문"이라며 "실제에서는 거짓 음성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