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제 38대 서울시장으로 국민의힘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면서, 세부담 완화와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공시가격 논쟁에 이르는 광범위한 정부와 서울시의 ‘부동산 기싸움’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보궐선거는 사상 초유의 ‘부동산 선거’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부동산에 대한 국민 여론이 후보들의 당락을 결정지었다. 정부 여당이 지난해 내놓은 수많은 고강도 부동산정책이 오히려 시장에 역효과만 불러일으키며 집값 상승·전세난을 초래한 결과, 이번 선거에서 여당은 압도적인 표차로 야당에 서울과 부산시장 자리를 내줘야 했다.
오세훈 시장은 취임 전부터 이미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 감면, 재개발·재건축 정상화 등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에 2.4 공급대책 이후 점차 안정세를 찾던 서울 집값이 개발 기대감 속 다시 들썩이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여기에 오 시장은 지난 10일 “지나치게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대로 된 재조사를 바탕으로 근거를 갖고 건의하면 중앙정부도 끝까지 거절할 수는 없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수차례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온 서울지역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재조사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오 시장은 오는 13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정부 부동산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한편, 시장 공약에 포함됐던 용적률 완화 등의 안건을 시의회에 제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여당은 부동산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야당이 제시한 무주택 및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와 1가구 1주택자의 세부담 완화 등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울의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는 101.6으로 2개월 만에 100선을 회복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HBSI 지수는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소속 회원사 500여 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것으로, 주택사업 경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공급시장 지표다. 기준점은 100으로 100을 넘기면 주택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100을 밑돌면 그 반대로 전망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대다수 시의원이 여전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오 시장의 임기가 1년 남짓으로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을 들어 당장 오 시장이 유의미한 변화를 부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특히 오 시장은 민간주도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5년간 36만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2.4대책은 민간보다 공공주도 재개발과 재건축에 방점을 찍고 있어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오 시장의 안대로 민간주도 도시정비를 추진한다면 속도 면에서 유리할 수 있으나, 안정성 측면에서는 의문부호가 떠오를 수 있다. 여기에 공공성이 없는 재개발·재건축은 집값 안정은커녕 집값 폭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오 시장의 당선이 시장의 기대감을 키울 수는 있겠지만, 공약의 이행이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무주택자들이 바라는 만큼의 가시적인 집값 안정을 부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무작정 재개발 재건축 완화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공시가격 안정화와 세부담 완화 등 가능한 문제를 먼저 해결해 우호적인 여론을 만드는 것이 야당의 우선과제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 시장은 이와 관련해 10년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호평을 받았던 장기전세주택 ‘시프트’를 계승한 ‘상생주택’ 확대 공급으로 서민층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또 정부의 세금인상 부담에 대응해 소득 없는 1세대 1주택자들의 재산세를 전면 감면하고, 재산세 과세 특례 기준을 종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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