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예산 틀어쥐고 나라 주물럭
무차별 국유화로 군부사업 확장
철저한 세뇌 교육
50만명 달하는 미얀마 군인
외부와 차단해 사병으로 만들어
든든한 이웃 중국·러시아
국제사회서 고립되자 적극 밀착
자본·기술·군수물자 주고받으며
우호 과시… 내정문제 간섭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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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땃마도(군부)는 지난 70년 동안 수많은 더럽고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다. 그동안 소수민족들이 군대의 만행에 맞서 싸웠고 이제 우리 모두가 맞서야 한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호텔 직원으로 일했던 '인 인'이라는 버마족 청년은 지난달 미국 정치매체 포린폴리시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반세기 넘게 버마족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소수민족을 탄압했던 땃마도는 이제 같은 버마족에게도 총부리를 겨누었다. 이미 과거 민주화 시위에서 수천명을 학살했던 땃마도는 지난 2월 쿠데타 이후 600명이 넘는 시민들을 사살하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러한 자신감은 수십년간 축적한 부(富)와 세뇌, 외국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軍, 미얀마 속 또 다른 국가
인구가 약 5200만명인 미얀마는 약 70%의 버마족과 25%의 소수민족, 중국 및 인도계 이민자 5%로 이루어져 있다. 약 63년의 영국 식민지배를 받았던 미얀마는 일본군의 지원을 받은 독립영웅 아웅 산의 무장투쟁에 힘입어 1948년 독립을 쟁취한다. 그러나 아웅 산은 독립을 6개월 앞두고 암살당했고 초대 미얀마 정부는 개국 초기 혼란을 수습하지 못했다. 아웅 산과 함께 싸웠던 땃마도 인사들은 네 윈을 앞세워 1962년 쿠데타를 일으켜 군부독재를 시작했다.
네 윈은 냉전시대 비동맹 노선을 유지하며 버마족과 불교를 최우선으로 두는 '버마식 사회주의'를 도입해 이슬람계 소수민족을 탄압했다. 동시에 북한처럼 무차별적인 국유화와 쇄국정책을 단행했다. 현재 미얀마 대기업 대부분은 국영 기업이며 땃마도가 직접 통제하는 미얀마경제지주사(MEHL), 미얀마경제공사(MEC) 외에도 수많은 국영기업들이 땃마도에 자금을 대고 있다. 국영기업 가운데 땃마도의 영향력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MEHL은 미얀마 전체에서 2번째로 법인세를 많이 낸다. 땃마도는 이외에도 국경에서 마약 및 보석, 목재 밀매를 주관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달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등이 미얀마의 천연자원을 계속 사들여 군부에 돈을 쥐여주면 서방 국가들이 제재를 가해 봤자 시민들의 생활만 어려워진다고 내다봤다.
부유한 땃마도는 군인들에게 특혜를 주는 동시에 세뇌하여 철저한 사병으로 만들었다. 미얀마 전현직 장교들은 지난달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약 50만명에 달하는 미얀마 군인들이 외부와 격리되어 끊임없는 세뇌교육을 받는다고 전했다. 장병들은 결혼 상대와 사는 집까지 상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상부의 지시라면 시민이라도 무차별 사살하는 '살인 병기'로 거듭났다.
■'군인 엘리트'에 분노한 젊은이들
이처럼 조직에 세뇌된 군인들은 과거 민주화 운동에서도 거리낌 없이 학살을 저질렀다. 1988년 '8888 민주화 항쟁' 당시 사망한 시민들은 약 5000명에 달하며 2007년 '샤프란 항쟁' 당시에도 약 138명이 사망했다. 땃마도는 2차례 민주 항쟁을 거치면서 민정 이양을 하는 흉내를 냈지만 이름만 바꾼 각종 조직들을 정부에 남겨 통제를 놓지 않았다. 땃마도가 2008년에 내놓은 헌법에 의하면 미얀마군 통수권자는 대통령이 아니라 땃마도 총사령관이며 모든 단위별 의회에 25%는 땃마도 대표가 반드시 들어간다.
과거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기성세대는 이미 체념했다. 2015년에 53년에 걸친 군부독재가 끝났지만 여전히 정부는 군부 손아귀에 있다. 그러나 이른바 'Z세대(1990년대 이후 출생자)' 젊은이들은 민정 이양 및 대외 개방 조치 이후 민주화 교육을 받은 만큼 쉽사리 굴복하지 않고 있다. 과거 땃마도의 쇄국정치로 동남아 최빈국으로 전락한 미얀마의 젊은이들은 땃마도 가족과 장성들이 누리는 사치스러운 생활에 분노했다. 민 아웅 흘라잉 땃마도 최고사령관은 지난달 27일 1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사망한 가운데 아들이 운영하는 호화 리조트에서 파티를 열었다.
흘라잉의 아들인 아웅 페 송은 누나와 함께 무역과 제조 등 6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많은 장성 자녀들이 해외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으며 지난달 미얀마 SNS에는 명품을 자랑하던 장교의 자녀가 미얀마 누리꾼들의 공격으로 계정을 닫기도 했다.
Z세대는 기성세대가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직접 사제 무기를 만들고 반군에 합류해 무장투쟁에 나섰다. 미얀마 군경은 이달 들어 시위대가 사제 총기로 저항하자 기관총과 유탄발사기 등 중화기까지 가지고 나와 진압했다. 7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땃마도 가족들의 주택가를 포함해 7곳에서 연쇄 폭발이 발생했고 2월 1일 쿠데타 이후 전국 20곳 이상의 관공서와 경찰서 등이 공격받았다. 이에 땃마도는 폭도가 관공서 등을 공격한다며 강경 진압을 예고했으며 일부에서는 땃마도가 자작극을 벌인다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中-러시아의 선택은?
전 세계의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땃마도가 가장 믿을만한 이웃은 중국이다. 미얀마와 2200㎞의 국경을 맞댄 중국은 냉전 당시 땃마도가 비동맹 노선을 걷자 미얀마 공산계열 소수민족에게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며 땃마도를 견제했다. 땃마도 역시 반군을 돕는 중국을 비난했지만 8888 항쟁 이후 서방의 지원이 끊기고 제재가 쏟아지자 중국에 손을 내밀었다. 톈안먼 사태로 고립 위기에 처했던 중국 역시 우방을 늘리기 위해 미얀마에 저금리 대출과 각종 기술지원, 군수물자를 제공했다. 아웅 산의 딸이자 민주화 운동의 대표인 아웅 산 수치 국가고문은 2016년 로힝야족 학살 사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자 땃마도보다 적극적으로 중국에 기댔다.
2010~2020년 동안 미얀마 외국인직접투자(FDI)의 3분의 1이 중국 돈이었으며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FDI 비중은 각각 0.63%, 6.6%에 불과했다. 지난 2018년 기준 미얀마 수출입의 30% 이상이 중국과 거래에서 나왔다.
서방의 견제 속에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를 추진 중인 중국은 미얀마를 잃을 수 없다. 벵골만에 인접한 미얀마 차우퓨 항구는 만약 미국이 말라카 해협을 차단할 경우 중동의 석유를 수입할 수 있는 중요한 항구다. 중국은 2014년부터 중국 쿤밍과 차유푸를 연결하는 송유관 및 가스관을 건설했고 2025년까지 송유관을 따라 경제 회랑을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서방과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는 러시아도 땃마도에 손을 내밀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땃마도 열병식에 유일하게 차관급 인사를 보내 우호를 과시했으며 중국과 나란히 땃마도의 학살을 미얀마 내정 문제로 간주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4~2019년 미얀마 전체 무기 수입 중 러시아산 무기 비중은 최소 16%였으며 러시아 전문가들은 땃마도가 앞으로 러시아 무기 수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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