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들에게 유탄발사기 등 중화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 쿠데타 이후 69일만에 시민 사망자 수는 700명을 넘어섰다. 하루에 10명꼴로 시민이 희생된 셈이다.
자체 제작한 총기로 무장한 미얀마의 반군부 시위대가 11일 만달레이 지역의 한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만달레이|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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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로이터통신은 미얀마 군경이 지난 8일 양곤 인근의 바고 지역에서 시민들의 반군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유탄발사기 등 중화기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무차별 진압은 이날 새벽부터 오후까지 이어지면서 최소 82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바고 시위의 주최자는 현지매체 미얀마 나우에 “제노사이드(집단학살) 같았다”며 “그들은 모든 그림자를 향해 총을 쐈다”고 했다.
현지매체 이라와디는 바고 지역의 정확한 사망자 수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군경은 한 불교 사원에 사망자들의 시신을 쌓아놓고 해당 구역을 봉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압 상황을 목격한 복수의 시민들은 이라와디에 “군인들이 총격에 쓰러진 사람들을 끌고가 덤프트럭에 실었다”며 “부상자들 중 일부도 트럭에 실려 죽은 사람들과 함께 버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고 지역의 주민 상당수는 군경의 총격 이후 집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AAPP)는 10일 기준으로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누적 사망자 수를 701명으로 집계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는 데다 군부가 중화기 사용 등 무력진압의 수위를 높이면서 사망자 수는 더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 2월 말 기준 약 30명 수준이던 사망자 수는 3월 말에는 536명까지 치솟으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AAPP는 미얀마 군부가 시민들의 저항을 막고 국제사회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문제는 미얀마의 상황이 내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부 미얀마 시민들과 접경지역의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은 이미 군부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사가잉 지역의 한 마을 주민들은 10일 군경이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마을에 진입하자 매복해 있다가 군경을 공격했다. 미얀마 나우는 이들이 자체 제작한 사냥용 소총 등으로 반격에 나서 군인 3명이 사망하고 주민 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한 주민은 “시민들은 계속해서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며 “쿠데타 정권에 대항하기 위해 게릴라전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소수민족 라카인족의 무장단체인 아라칸군 등 3개 무장단체는 이날 오전 샨 지역의 한 경찰서를 습격하기도 했다. 이 습격으로 총 14명의 경찰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얀마 내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은 군부가 시민 탄압을 계속할 경우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군부가 지난달 말 일방적인 휴전선언을 했지만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은 속속 반격에 나서고 있다.
시민들의 무장 반격을 빌미 삼은 군부의 탄압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일 미얀마 군사법원은 국군의 날이었던 지난 27일 양곤에서 군인 1명을 숨지게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시민 19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군부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은 9일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수백명이 숨졌다’는 지적에 “우리가 정말 자동 소총으로 시민들을 죽이려 했다면 당신이 말하는 500명쯤은 몇 시간 안에 죽었을 것”이라며 “시위 진압에 최소한의 무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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