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개발과 규제완화를 강조해온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서울의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호가가 오르거나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면 서울 집값 전체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오 시장도 ‘신중’을 언급하며 당선 이전과 달리 속도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집값 급등의 ‘역풍’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오 시장이 정부와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11일 서울 재건축 단지 일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일부 재건축 단지에선 오 시장 취임 이후 개발 기대에 호가가 뛰고 매물이 줄어드는 현상이 확인된다. 특히 오 시장이 후보 시절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며 구체적으로 언급한 영등포구 시범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118㎡는 지난 2월 직전 거래가가 22억원이었지만, 현재 24억~25억원까지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의 경우 오 시장 취임 첫날인 8일 호가를 최초 등록가보다 2억원 더 올려 약 24억원에 내놓은 매물도 나타났다. 이들 지역과 분위기가 비슷한 잠실주공5단지 근처의 한 공인중개사는 “선거 전부터 오르기 시작하던 호가가 조금씩 더 뛰는 분위기”라며 “(오 시장) 당선 이후 집주인들이 내놓은 매물도 다소 줄었다”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 단지는 보궐선거 과정에서도 신고가를 쓰며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말부터 조합설립 추진에 속도가 붙은 데다, 보궐선거에서 여야 후보가 ‘35층 규제완화’를 내걸자 수혜단지로 거론되면서다. 해당 지역 ‘재건축 대장주’로 불리는 현대7차는 전용면적 245㎡가 선거 이틀 전인 5일 80억원(11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전용면적 131㎡도 오 시장 취임 이후 호가가 40억원까지 나오면서 지난달 직전 거래인 36억5000만원보다 더 올랐다.
최근 서울 전체 집값은 진정세에 접어든 반면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자 시장에선 혼란도 감지된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오 시장 취임 이후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될 지를 묻는 연락도 자주 온다”며 “서울 전반으로는 집값이 주춤하는 양상인데, 재건축 시장은 온도가 달라 매매 시점 등을 고민하는 소비자가 문의하는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 8일 한 방송과 인터뷰를 하며 “(재건축 규제완화는) 너무 서두르거나 동시다발적으로 하면 주변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지만 신속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후보 시절 “일주일 내 규제완화”를 강조한 것과 달리 ‘신중’을 언급하며 속도를 조절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재건축 시장을 잘못 건드려 서울 집값이 폭등하면 오 시장 역시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집값안정과 공급확대 두 목표를 바탕으로 정부와 오 시장이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주택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으면 서울시든 정부든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며 “오 시장이 규제완화를 내세워도 서로 절충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임기를 시작한 지난 8일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외벽에 선거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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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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