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를 둘러싼 정치권의 분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선거 유세 현장을 경험한 여야 관계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지난 8일 개표상황실에서 기뻐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새롬·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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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지난 대선 땐 경남에서도 '싸늘'…이번엔 노원에서도 '관심'"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돌이켜보면 지난 총선과 정확히 반대로 흘러갔다. 선거 직전 터진 막말 이슈, 동원되는 숫자는 많은데 각개전투 식의 선거운동과 조용하지만 일사불란한 선거운동, 한쪽으로 완전히 기운 결과."-더불어민주당 관계자
"지난해엔 사람들이 시선을 외면하는 느낌을 받았다면 지금은 선거 유세 문구나 영상을 많이 보고 지나가시더라. 이제는 관심을 가져주시는구나 했다. 일단 2017년 탄핵정국 이후와 올해 보궐선거의 분위기가 달랐다."-국민의힘 관계자
4·7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대 총선, 19대 대선,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1대 총선까지 이어진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인 승리가 이번 선거에서 뒤집히자 정치권에선 각종 분석과 진단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4·7 재보선은 지난 4·15 총선에서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180석의 거대 정당을 낳게 한 민심이 180도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작년과 올해 직접 선거 유세를 다니며 바닥 민심을 느꼈던 여야 관계자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달라진 민심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회상했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이 재보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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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선거운동 초반 유세원 외 인원 전무…민심이 내 편이란 착각과 오만"
지난 총선에서 말그대로 '훈풍', 봄바람을 느꼈을 민주당은 이번에 중도층의 싸늘한 반응을 체험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생각해보면 비슷한 구도와 이슈가 정반대로 전개됐다"며 "선거 막판 발로 뛰고, 지지자들이 총결집할 수 있는 최고치를 만들어냈지만, 중도층에선 확실히 많이 기울어졌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선거 패배에 대해 "선거를 하는 이유 자체가 민주당 지자체장의 잘못으로 비롯됐다"며 "또 검찰 개혁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임에는 틀림없지만 솔직히 시민의 입장에서 검찰이 사라지든 강해지든 와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검찰 개혁에) 힘을 너무 쏟아 민생 이슈와 떨어져 있었다. 몇 안 되는 민생 법안들도 지지부진했고 그런 와중에 LH 사태가 터졌다"며 "정부여당의 부동산 악재들이 여럿 튀어나왔으니 결과가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분위기 반전이) 심하게 느껴졌다"며 "오세훈 후보 지지가 아닌 민주당을 반대하는 게 뼈저리게 느껴졌다. 투표날이 쉬는 날이 아닌 데다 관심 없을 것 같던 2030도 투표율이 높은 걸 보며 민주당의 기조가 잘못되었고 잘못하고 있다는 게 절실히 체감되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민심의 변화를 느낀다'란 자평을 냈지만, 선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며 "당은 현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했지만 이는 여당의 지지층들이 거리로 나온 것일 뿐 민심은 크게 변화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선거 운동 당시에 대해서도 "선거운동 초반 유세차 위 연사나 주변에 서 있는 유세원들 외 인원은 전무했다"며 "후반부 집중유세장에 나가보면 다 아는 사람들이었다. 차라리 174명을 47개 선거구로 나눠서 거리마다 서 있었다면 조금 더 간절해 보이긴 했을 것 같다"고 짚었다.
박영선 후보 캠프를 지원했던 한 관계자는 신랄한 비판을 내놨다. 그는 "재보선임에도 불구하고 50% 넘는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것은 그만큼 바꾸고자 의지가 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강남 4구의 투표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공시가격 인상과 재개발에 대한 기대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책 승부가 아닌 네거티브 공세 위주가 된 건 캠프의 전략적 실수다. 시민들이 봤을 때 거짓말 프레임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것보다 상대보다 더 나은 정책적 우위를 나타내는 전략을 짰어야 했다"며 "또 잿밥에만 관심 있고 자기 정치를 하는 눈치 없는 초선의원들이 발목을 잡았다. 후보자의 피해호소인 3인방에 대한 빠른 대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지난해와 달라진 민심을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거 승리 이유에 대해선 "민주당이 못해서 졌다"고 했다. 지난 8일 오 시장이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두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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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작년과 다른 관심…민주당 때문에 이겼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이번 선거 분위기가 "확실히 달랐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7년 대선 때는 보수의 텃밭인 경남에서도 유세차에 다른 차들이 클랙슨(자동차의 경적)을 울렸다. '빵빵빵'은 응원이고 '빵~'은 듣기 싫다는 의미인데. '빵~'이었다"며 "이번엔 '빵빵빵'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손을 흔들고 가는 사람들도 많았고, 버스 기사님들 반응도 좋았다. (당명과 기호가 들어가지 않은) 피켓시위를 할 때 '몇 번이냐'고 묻는 할머니도 있었다"며 "민주당 텃밭인 노원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노원구 지지 유세에서 아파트 복도로 나와 유세를 듣는 사람들을 봤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선거 승리 이유를 "민주당이 못해서 이긴 것"이라며 "지지연설 때 청년들을 세운 게 신의 한 수였다"고도 평가했다. 해당 관계자는 "보통 유명인을 세우는데, 보통 사람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더 좋았다. 대부분 2030 남성이었고, 이들의 몰표를 받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선거기간 1인 피켓시위에 나섰던 다른 관계자는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짚었다. 그는 "민주당이 위선적이어서 이긴 거다. 누구든 털면 먼지가 나오지 않나. 민주당은 다른 이들을 비판했지만 알고 보니 똑같은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한 야당 관계자는 '민심의 분위기는 사실 같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다만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작년 총선에서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싫어서 뽑기 싫었지만 당시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더 싫었기 때문에 민주당을 뽑았던 거다"라며 "지난 코로나19 상황, 박주민 의원과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여권 인사들이 말썽을 일으키면서 국민의힘이 떠오른 것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예전엔) 사람들이 외면하는 느낌이었지만 이번엔 선거 유세 문구나 영상을 많이 보고 지나갔다. 이제는 관심을 가져주는구나 생각이 들었다"며 "국민의힘이 엄청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우리는 가만히 있었는데, 여당의 성추행 문제로 촉발된 보궐선거라 국민 심판 성격이 컸다"고 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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