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보다 吳 더 불리…"잘 모시겠다" 시의회에 낮은 자세
서북병원 코로나19 대응 현장 점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10년간 광야에서 맷집과 경륜을 키운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과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가 연일 미묘한 탐색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와 시의회의 내곡동 땅에 관한 조사가 양측으로서는 갈등을 키울 불씨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와 관련해 오 시장은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사는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각계 반대에도 강행하려다가 연기했지만,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 체제에서 전격 착공했다.
오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굳이 거액의 예산을 들여 공사를 벌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어 광화문광장 공사 중단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민주당 소속인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먼저 견제구를 날렸다. 김 의장은 오 시장 취임 둘째 날인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광화문광장 공사를 지금 중단하면 혼란만 초래한다", "시장님 마음대로 중단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광화문광장을 언급했을 뿐 당선 이후에는 말을 아끼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 시장과 시의회 간 전초전은 오는 1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선거운동 기간이던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곡동 땅에 관해 행정사무조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행정사무조사는 국회 국정조사와 비슷하다.
당시 이 발표는 민주당 중앙당 차원에서 펼치는 전방위적 공세에 시의회가 동원돼 선거운동에 나선 것이어서 실제 이뤄질지는 단언할 수 없다.
오 시장은 지난 8일 취임 첫날 방문지로 시의회를 선택했다. 김 의장을 예방하고 "잘 모시겠다", "잘 부탁드린다"며 거듭 허리를 숙였다. 그가 시의회를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시의회 협조가 없이 시정을 이끌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과거 무상급식을 놓고 주민투표에 자신의 명운을 걸었던 10년 전에도 시의회와 극한대립을 겪었다. 이때 무상급식은 하나의 계기였을 뿐, 그가 직을 걸기까지 건건이 발목을 잡는 시의회에 불만이 더 크게 작용했다.
10년 전 제8대 서울시의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시의원 111명 중 74명이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다.
당시 오 시장은 시정질문 등 시의회에 출석할 때 발언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한 채 질의의 형식을 띤 비판을 듣기만 해야 하는 상황 등에 좌절감을 느꼈다고 한다.
오 시장 입장에서는 지금이 더 불리한 상황이다. 시의원 현원 109명 중 무려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국민의힘 시의원은 6명에 불과하다.
광화문광장이든 어떤 사업이든 오 시장이 묘안을 내놓더라도 10년 전보다 힘이 더욱 세진 시의회가 거부하면 사업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정 파트너로 만난 오 시장을 상대로 시의회 민주당이 어떤 자세를 취할지에 따라 향후 오 시장 임기 1년이 달려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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