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 회의 첫 주재···정부 정책 반박
"업종 고려않는 일률적 규제 문제
자영업 피해 줄일 맞춤 방역 필요"
백신 수급·진단키트 도입도 지적
당국 "건의 들어오면 충분히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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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중앙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정책에 사실상 재검토를 시사했다. 오 시장은 취임 이후 처음 주재한 회의에서 정부 방역 정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해 “지금과 같은 일률적인 틀어막기식의 거리 두기는 계속하기 어렵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취임 첫날부터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데 이어 코로나19 방역 정책에서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야당 소속 시장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오 시장은 9일 서울시청에서 국·실장급 주요 간부가 참석한 코로나19 종합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와 코로나19 백신 수급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백신 수급 부족으로 잇따라 접종이 지연되면서 집단 면역 형성이 늦어지는 가운데 일률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과도한 희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이날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에 대해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규제”라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구상”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어 “밤 9시나 10시까지 영업을 끝내면 그 시간대 대중교통에 시민들이 몰릴 수밖에 없어 취약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업종은 오후에 출근해서 밤까지 일하는 업종이 있는데 그런 업종은 영업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고, 그런 희생을 무려 2년 동안이나 감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도리도 아니고 효율적인 방법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수급 문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국력의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장 늦은 편”이라며 “지금의 상황이라면 비슷한 경제력의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19 사태를 졸업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내년까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폐업 위기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회용 진단 키트 도입과 관련해서도 “외국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시스템인데 우리나라는 무슨 일인지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오 시장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에 대한 대안으로 각 부서와 관련된 업종의 협회·단체와 선제적으로 접촉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업종별 맞춤형 방역 대책을 만들어달라고 서울시 간부들에게 주문했다. 이어 현행 서울시 방역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전임인 고(故) 박원순 시장처럼 중앙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오 시장은 “우리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을 다하지 못한 것 아니냐 하는 반성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계속 중앙정부가 정하는 1단계와 2단계·3단계에 순응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만 중앙정부의 방역 정책을 전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피해를 줄이면서 방역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의 이날 발언을 놓고 방역을 총괄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난감해 하고 있다. 현재 거리 두기 등 방역 조치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 제47조에 따라 질병관리청·지방자치단체 등이 시행하고 있다. 중대본이 거리 두기 방안을 마련해 전국적으로 시행하기로 결정하면 지자체가 따라가는 구조다. 지금까지 지자체가 정부 지침보다 거리 두기 단계를 높게 조정하거나 방역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한 사례는 있지만 독자적으로 방역 완화를 결정한 적은 없다. 다만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추진한 대책을 중앙정부가 반영해 전국적으로 확대한 사례는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행 감염병예방법 체계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서로 대등하거나 유기적인 권한을 갖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특히 1년 넘게 매일 아침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중대본 회의에 참여하며 수용 가능한 최적의 방역 방안을 도출해왔다”며 “아직 서울시에서 구체적인 건의가 들어오지 않았지만 추후 건의가 된다면 지금처럼 충분히 협의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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