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된 정인양을 입양 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양천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에 대한 5차 공판이 열린 지난 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의 양모 장씨가 지난 7일 열린 5차 '정인이 재판'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가 가장 크케 울은 시점은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그알) 영상이 법정에서 나왔을 때다. 전문가들은 장씨가 자신의 인생이 망가지게 된 계기로 그알을 꼽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장씨가 타인의 감정에는 둔감하지만 자신의 감정에는 민감하다고 진단한다.
이날 열린 재판 내내 장씨가 보인 행동 패턴은 크게 세가지였다. 무표정 또는 눈을 감고 바닥 쪽으로 고래를 떨구거나, 울음, 그리고 메모 작성이다.
장씨는 재판이 열리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무표정을 유지했다. 하지만 본인의 학대 정황 증거 영상이 재생되거나 그가 극구 부인해 온 학대 혐의가 지적될 때 눈을 감거나 눈물을 훔쳤다.
전날 재판에서 장씨가 정인이 목을 잡아 들어올리는 영상이 재생되자 방청객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고, 장씨 역시 눈물을 훔쳤다. 사망 당일 그가 음식을 먹지 않는 정인이를 향해 폭력을 행사한 정황이 담긴 영상이 공개될 때에도 마스크를 들어올려 눈을 닦았다.
장씨가 전날 재판에서 가장 크게 울었던 때는 그알 영상이 나온 시점이다. 영상에는 영아의 췌장이 절단될 정도의 충격을 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험하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 측은 이 영상을 정인이 사망 당일 장씨가 정인이 복부를 밟았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이는 장씨가 사망 당일 정인이 복부를 밟지 않았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해당 영상이 재판 막바지에 재생되자 장씨는 영상이 끝날 때까지 울면서 고개를 젓고 일그러진 표정을 보였다. 당초 그는 영상 재생 직전 검찰이 제시한 다른 증거자료를 보면서 종이를 꺼내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
전문가 "'그알'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고 생각했을 것"
━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장씨가 자신의 감정에는 민감하다고 진단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그알을 통해) 자기 관련 내용이 기사화되고 많이 알려지게 됐다는 충격과 '인생이 망가졌다'는 두려움을 감정적으로 표출한 것"이라면서 "그런 측면에서 보면 타인의 감정에는 둔감하지만 자신의 감정에는 민감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감정이나 스트레스 통제가 안되자 이를 약한 아이를 통해 분출하며 폭력성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장씨는 이미 공감능력이 결여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장씨에 대한 심리분석을 진행한 대검찰청 심리분석관 A씨는 지난 3차 공판에서 "심리분석 결과 사이코패스 기준인 25점에서 장씨가 22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A씨는 "25점은 남성 기준이고 여성의 경우 이를 3~4점 낮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면서 "단순히 점수만 가지고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은 것이 아니라 이기주의·무책임성·타인 공감 결여·공격적인 성향 등을 종합해 기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씨는 정인이를 자신에 저항할 수 없는 대상으로 인식해 자신의 스트레스나 불만을 쏟아냈다"고 덧붙였다.
공 교수는 이와 관련 "부모의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관련 교육을 못받은 미숙한 이들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사건"이라면서 "다만 현재까지 내용만으로 장씨가 사이코패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