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장악한 민주당…"시의회 지지 없으면 쉽지 않아"
출근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8일 가장 중요한 시정 파트너인 서울시의회를 찾아 자세를 한껏 낮췄다.
오 시장은 이날 첫 일정으로 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 시청으로 이동해 민원실 직원들과 인사하고는 곧장 세종대로 건너편 서울시의회로 향했다.
시의회는 시의원 109명 중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교섭단체는 더불어민주당밖에 없는 상황이다. 10년 전과 비교해 시의회 권한이 커진 상황에서 시의회가 '비토'를 놓기 시작하면 시장이 가지는 운신의 폭은 극히 좁아진다.
이에 오 시장이 자신의 업무 공간인 시청에 이어 시의회를 다음 방문지로 택한 것은 앞으로 원활한 협조를 청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 시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인 김인호 의장, 김기덕 부의장, 김정태 운영위원장을 따로 만나면서 매번 "잘 부탁드린다", "잘 모시겠다"며 앉은 자리에서 허리를 완전히 접어 인사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오 시장은 김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아시다시피 이번 시장은 당적을 달리하고, 제가 속한 정당이 워낙 소수 정당이어서 시의회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으면 어떤 일도 원활하게 되기가, 솔직히 말씀드려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김 부의장을 찾아가서도 "솔직히 말해서 의석 분포를 보면, 예산을 안 주시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지역구 사업 얘기를 먼저 꺼내 앞으로 오 시장이 직면하게 될 시의원들의 민원 세례를 예고했다.
김 부의장은 "박원순 전 시장이 이어놓은 사업은 가급적 지켜주셔야 한다", "공무원들이 불이익받지 않도록 (공무원들의) 자리를 지켜주셔야 한다" 등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김정태 운영위원장을 찾아가서는 "제가 10년을 쉬어서 지도편달 받을 것이 많다"며 역시 협조를 청했다.
앞서 오 시장은 김 의장에게 "당을 달리하기 때문에 철학을 달리하고, 철학을 달리하기 때문에 논의가 필요한 부분도 앞으로 생길 것"이라며 "그럴 때마다 시민의 편익, 이해, 행복에 기준을 설정하면 소통도 되고 잘 풀려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임 첫날은 웃으며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오 시장과 시의회의 밀월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의회 민주당은 오는 19일 시의회 본회의에 내곡동 땅 관련 진상 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요구안을 상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의회 민주당 한 관계자는 "아직 그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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