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2.5단계” vs “죽으라고?”
전문가-자영업자들 ‘팽팽’
지난 7일 저녁 서울 용산구의 한 식당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 김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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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됐던 당시 서울의 한적한 거리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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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원칙에 따라 2.5단계로 상향해야 할 때입니다.”(방역 전문가)
“다시 2.5단계라니요. 죽으란 소리입니까.”(자영업자)
이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2.5단계 상향’을 원칙대로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자영업자들은 “이제 막 되살아난 경기를 꺾을 셈이냐”이라며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 발생 기준 200명대(264명)를 기록했던 지난 2월 9일(이하 0시 기준) 이후 300~400명대를 유지하던 코로나19 일일 지역 발생 확진자 수는 이달 1일부터 500명대(537명)로 증가, 8일에는 674명을 기록했다.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 지표인 최근 1주간 일평균 지역 발생 확진자는 543.3명으로, 2.5단계(전국 400∼500명 이상 등) 기준을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한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원칙을 지켜야 할 시점”이라며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원칙을 지키지 않는 상태에서, 국민들에게만 방역 관련 원칙을 지키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3차 대유행 당시와 최근 비슷한 흐름을 보여 기시감을 느낄 정도”라며 “병상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전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원칙을 지켜야 할 시점”이라며 “2.5단계 상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지금 상향을 해야 2~3주 뒤에 효과가 나타난다”며 “만일 시일을 늦추면 그 이후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원칙적으로 상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으로 인해 상향이 어려울 수는 있다”며 “이때 유흥음식점이나 다른 집합시설 등 완화 업종에서 나오는 확진자 빈도를 살펴보고, 방역수칙을 어길 경우 이런 곳에 더 강력한 처벌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두기 단계가 2.5단계로 격상되면 현재 오후 10시까지 운영제한을 하고 있는 유흥시설 5종, 방문판매 등 홍보관,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공연장, 실내체육시설은 다시 집합금지 조치가 적용된다. 카페는 포장·배달만 가능하고, 식당은 오후 9시 이후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된다.
자영업자들은 ‘2.5단계 상향 가능성’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울 광진구에서 갈빗집을 운영하는 40대 김모 씨는 “우리 같은 일반음식점에서 확진자가 나온 사례가 거의 없는데, 다시 2.5단계가 된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며 “3~4월이 되니 매출 회복세가 뚜렷해졌는데 상향 조치를 한다고 하면 ‘죽으라는 얘기’ 밖에 안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집합금지를 우려하는 업종의 사업주들은 다시 한번 긴장하고 있다. 박주형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 대표는 “영업금지가 풀린 뒤 4월이 되면서 예년 매출의 70% 수준으로 회복됐다”며 “지난 2월 보건복지부와 간담회를 두 차례 했고, (집합금지 관련)조치 개편안을 발표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만약 거리두기 2.5단계를 또 한다면 전국적으로 이에 반발하는 업주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최원봉 한국유흥음식점중앙회 사무총장대행은 “2단계여도 유흥업소는 밤 10시까지 영업이라 이미 고사 위기”라며 “2.5단계가 되면 절망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인성 대한당구장협회 전무이사는 “2.5단계가 되면 당구장 주인 혼자 영업해도 손실이 난다”며 “2.5단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협회가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2월 5일~3월 25일)에 따르면 조사 참여자 중 95.6%(1477명)가 “코로나19 발생 전과 비교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변했으며, 평균 매출 감소율은 53.1%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날 오전 협회는 국회 앞에서 당구장 업주들의 위기를 호소하는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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