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물체서 유연한 물체로" 폭행 은폐 의심
학대 영상 공개…두손으로 목 조르듯 들어올려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 공판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시민이 정인양의 초상화를 들고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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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인이 사건(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사망 사건)' 재판에서 "정인이가 사망 당일 최소 2번 이상 배를 맨발로 강하게 밟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 심리로 7일 열린 양모 장모(34)씨의 살인 및 아동학대 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공판에서 검찰은 법의학 전문가들의 부검 재감정서를 제시하며 이같이 밝혔다.
정인이 부검 재감정을 수행한 이정빈 가천의대 석좌교수는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었지만 불출석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12월 검찰로부터 정인이 사인에 대해 재감정을 의뢰받은 법의학 전문가 3명 중 1명이다.
검찰은 이정빈 교수의 감정서를 인용해 "아이를 바닥에 떨어뜨렸다고 해서 췌장 절단과 같은 심각한 장기 손상이 발생하거나는 장간막 파열에 따른 600㎖나 되는 복강 내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결국 2회 이상 서로 다른 밟힘에 의해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구두나 슬리퍼가 아닌 맨발로 밟았거나 양말을 신었을 것"이라며 재감정 의견을 전했다. 장씨가 당시 가슴 수술로 팔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고 췌장이 절단될 정도의 충격을 감안하면 발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다.
검찰은 "사망 전날 정인이 배는 볼록하고 대소변도 누지 않아 기저귀를 한 번도 갈지 않았다"면서 "사망 당일 체중은 9.5㎏으로, 유니세프 광고에 나오는 아이와 흡사했다"고 묘사했다. 그러면서 "발로 밟았을 때 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성인은 없을 것"이라며 장씨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씨가 폭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도구를 바꿨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검찰은 정인이 신체에 멍이 든 사진을 제시하고 "뒤통수 등에서 과거 딱딱한 물체에 맞아 생긴 듯한 흉터도 보이는데, 찢어지는 손상에 의해 피가 흐르면 타인의 관심을 끌 수 있으니 유연한 물체로 가격 도구를 바꾼 것 같다"고 추정했다.
검찰은 이날 장씨 혐의 중 아동학대를 상습아동학대로 변경하며 학대 정황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에 따르면 장씨는 정인이를 양손으로 목을 조르듯 들어올리는가 하면, 손목만 잡아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 교수는 감정서에서 "손톱으로 피부를 긁은 흔적도 나왔는데 의도적으로 목이 졸릴 때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리를 찢도록 정인이에게 강요하거나, 정인이가 음식을 삼키지 못하고 울먹이자 욕하면서 거칠게 자신의 손을 흔드는 장면도 나왔다. 아이가 탄 유모차를 벽이나 엘리베이터로 세게 밀어 부딪히게 하는 영상, 양부 안모(36)씨가 울고 있는 정인이에게 강제로 손뼉을 치게 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검찰은 이날 재판부에 "향후 살인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며 장씨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 보호관찰 명령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근거로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욕구 충족을 우선시하는 자기중심적 성향을 갖고 있어 욕구가 좌절되면 감정 조절이 어려워 보인다"는 장씨에 대한 통합심리분석 결과를 들었다.
장씨 측은 폭행 사실에 대해선 일부 인정하나 발로 밟았다는 검찰 측 주장은 극구 부인하며 살인 고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장씨 측 변호인은 "재범 위험성은 '중간'으로 평가돼 피고인이 다시 범행을 저지르게 될 기회나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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