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통합을 기치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오 당선인. '강성 보수'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 '중도 보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꺾고 야권 최종 후보로 선출된 그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7일 3선 서울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39살의 젊은 나이로 정계에 입문해 요즘 말로 '셀럽'의 삶을 살아왔던 오 당선인. 지난 10년의 공백을 깨고 보수 진영 대표 주자로 복귀한 그는 단박에 '왕년의 오세훈'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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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기고 세련된 젊은 변호사. 당시까지는 한국에 생소했던 주거환경권을 내세운 일조권 소송 사건으로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한 오 당선인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셀럽이었다.
33살의 나이에 대기업을 상대로 한 일조권 소송에서 승소를 거두며 '환경 전문 변호사' 타이틀을 얻게 된 그는 이어 방송계로 진출해 유명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등을 진행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부드러운 외모, 능숙한 말솜씨로 '미스터 마일드'란 별명을 가졌던 당시 그의 인기는 일반인으로서 거의 처음으로 남성 정장 브랜드 광고 모델을 했다는 것으로 가늠할 수 있다. 오죽하면 오 당선인은 1996년 2월 동아일보에서 조사한 '결혼하고 싶은 남성' 6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같은 설문조사 7위가 영화배우 이병헌 씨였다.
2002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에게 발탁돼 보수의 아성 서울 강남을의 국회의원이 된 그의 당시 나이는 39살. 당내에선 초선의원 모임인 '미래연대' 회장을 맡는 등 당내 개혁에 앞장섰고 국회에선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을 주도하며 일명 '오세훈법'을 만들었다.
당시 초선이었던 오 당선인의 이름이 법안 명칭에 들어간 건 꽤나 파격적인 일이었다. 오 당선인은 이후 기업이 법인 명의로 정치자금을 낼 수 있는 길을 원천 봉쇄한 '정치자금법 개혁안'을 만들어내며 의원들로부터 '오세훈 악법'이란 원성을 사게 됐다.
2003년 한나라당이 정권 탈환에 실패하자 그는 "진심으로 정권을 재탈환하려면 5·6공 출신 의원들이 2004년 총선에서 물갈이 돼야 한다"며 '5공 용퇴론'을 주장했다.
그렇게 '차세대 리더'로 떠올랐던 오 당선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이 휩쓴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돌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당선인은 "조그마한 기득권이라도 이를 버리는 데에서 정치 개혁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던 대로 이제 실행하려 한다. 나아가 정치권 전반에 '내 탓이오' 정서가 만들어지는 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17대 총선에 불출마했다.
정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그의 정계 은퇴는 당에 큰 압박으로 이어졌고 60여 명의 원내외 정치인들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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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고 퇴장한 오 당선인이 다시 정치권의 부름을 받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 긴급 차출된 그는 경선 당시 '이미지 선거로 흐른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지는 아무나 좋은가.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10년 간 노출된 공인으로 살면서 이렇게 신뢰 받는 이미지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당시 여당 후보)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받아치며 33대 서울시장에 취임한다.
45살의 나이에 인구 1000만 도시의 수장이 된 오 당선인은 ▲세빛섬 ▲다산콜센터 설립 ▲수도권 통합 대중교통 환승제 실시 ▲세계 도시 경쟁력 9위 달성 등 업적을 남기며 2010년 최초의 재선 서울시장에 오른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꺾고 재선에 성공한 그에게 '차기 대권 주자' 수식어가 붙은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대권을 눈앞에 두고 있던 오 당선인은 2011년 정치 경력에 최대 오점을 남기는 사건을 마주한다. 당시 전면적인 무상급식 실시에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찬반 주민 투표를 강행했지만 투표율 미달로 개표가 무산돼 투표함조차 열어보지 못한 것. 당의 만류에도 사퇴를 강행한 그의 결정은 고(故) 박원순 전 시장에게 서울을 내주는 시발점이 되며 줄곧 그를 공격하는 빌미가 됐다.
2021년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쟁자였던 나 전 의원이 "스스로 내팽겨쳐버린 시장직을 다시 구한다는 것이 과연 명분이 있겠냐"고 공격하자, 오 당선인은 "자리를 건 것에 대해선 국민께 여러 차례 사죄 말씀을 드렸다"면서도 "적어도 한번 정도는 원칙을 바로 세우고 싶었고 끝까지 싸운 것은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본선에 올라선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무상급식을 찬성하느냐. 시장직을 걸고 내던질 일이었냐"고 공세를 펴자, 오 당선인은 "무상급식이 보편적인 소득 수준과 무관한 복지의 시작이라서 반대했었지, 그것 자체만으론 반대할 일이 아니었다"며 "부자한테 쓸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 쓰자는 게 잘못된 것이냐"고 반론했다.
이에 박 후보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구분해야 하나. 아이들한테 가는 돈을 그렇게 차별을 해도 되는 거냐"고 되묻자, 오 후보는 "예산이 한정 돼 있는데 어떻게 같은 돈을 나눠주고 어려운 분들에 혜택을 많이 줄 수 있냐"며 "당시 내 주장은 부잣집 아이들에 갈 돈을 아껴서 가난한 집 아이들에 계층 이동 사다리를 만들어 줄 교육 지원을 하자는 거였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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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동안 선거 패배 수렁에 빠졌던 오 당선인. 2016년 총선, 2019년 자유한국당 대표 경선,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내리 패한 그는 열세였던 당내 경선에서 승기를 잡고 오른 본선 무대에서도 끝내 역전극을 만들어냈다.
'10년 간 서울을 적진에 내준 패장'에서 '보수의 구심'이 된 그의 당선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에 빠졌던 보수 진영의 재기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명실상부 야권 중심이 된 국민의힘은 제3지대에 머물던 안 전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영입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 야권 통합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당내에서는 '강성 보수' 나 전 의원, '중도 보수' 안 대표를 누른 오 당선인의 확장성이 대선까지 이어질 거라 보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들이 오 당선인과 박형준 부산시장 당선인처럼 극우가 아닌 중도 인물들을 택했다"며 "야권 통합을 통해 대권을 향한 기반을 다질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기세를 바탕으로 안 대표와 금 전 의원, 윤 전 총장까지 국민의힘에 다 들어올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며 "야권, 보수, 중도 보수의 확대 재생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하기로 했지만 국민의힘이 유리한 상황에서 합당할 수 밖에 없는 국면"이라며 "국민의힘은 목소리가 더 커진 상태에서 윤 전 총장을 영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ool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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